#48
2026.04.08
2026년 4월 8일 - 집단에서의 소외에 대해 생각하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였던 전 모 양과 함께 운동장에서 열린 어떤 강의에 참석한다. 나는 그 애와 짝지어 앉는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사이도 아닌 애매한 관계다.
학교를 둘러본다. 재학할 때는 영원히 초등학생일 줄 알았는데, 새삼 바뀐 것이 많다. 똑같은 색의 체육복을 입고 단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보인다. 그들은 각자 다른 아이들이고 나름의 개성을 가졌지만 한 데 모아놓으니 비슷한 분위기다. 누가 누군지 차이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교회 예배 시간 똑같은 가운을 걸친 성가대원들이 맨 앞 자리에 일렬로 앉아있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우습다. 자신들이 마치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라도 되는 냥 다른 신도들과 차별화된 흰 가운을 입고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게)
그들을 바라보며 집단에서의 소외가 개인으로서 얼마나 큰 고통인지 새삼 생각해본다. 어떻게 별 것도 아닌 주제로 다른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고 가까워질 수가 있는건지, 약간의 어리둥절함 때문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속으로 괴로워하던 과거가 떠오른다.
모두가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데 나 혼자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은 확실히 괴로운 일이긴 하다. 자연 상태 집단에서의 도태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듯, 인간도 자신의 존재감을 적절하게 표출하지 못하면 소외감으로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자각하고 있다. 인간적인 감정에서만 보면 그들에게 편승하는 것이 편할지 몰라도 초자아적인 부분, 즉 형이상학적인 부분에서 집단에서의 소외는 그저 거쳐가는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난 그저 나일 뿐 , 그 어떤 집단에도 귀속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