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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5
우나무노 <안개>
- 먹기 전의 오렌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인간이 사물을 이용한다는 것, 즉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천국에서 진지하게 신을 명상하고 신 안에서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바뀔 것이다. 이 가련한 인생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신을 섬기는 것이다. 우리는 신을 이용하는 데 급급하여 우산을 펴듯 신을 펴서 모든 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할 뿐이다.
- 인간은 사건 속에서, 운명의 변천 속에서 자신의 천성적 슬픔 또는 기쁨의 자양분을 찾는다. 같은 일을 두고 우리는 선천적 기질에 따라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것이다.
- 장기에는 논리가 있다. 그렇지만 세상일은 얼마나 안개가 자욱하고 얼마나 우연적인가! 뜻밖인 것, 우연적인 것 또한 논리적인 것이 아닌가? 나의 에우헤니아가 나타난 것 또한 어떤 논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신이 세워놓은 어떤 장기놀이 같은 것이 아닌가? 인생은 하나의 경기인가 아닌가? 경기를 왜 뒤로 돌리면 안 되는가? 이것은 논리다!
- 내일이 신의 영역이라면 어제는 누구의 것인가?
- 내가 그녀를 안다고 말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런, 지식은 나중에 오는 거야. 사랑은 지식보다 앞서고, 지식은 사랑을 죽게 하는 거야. 먼저 좋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는 것이 용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용서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첫 번째가 사라이고 아는 것은 나중 일이다.
- 과학은 체계 있는 결정체를 만드는 것이다.
- `세상의 본질은 음악적인 것이다' 오르간의 마지막 선율이 끝났을 때 아우구스토는 생각했다. 모든 법칙은 리듬을 동반한다. 그리고 리듬은 바로 사랑이다. 여기에 바로 하루의 처녀성을 간직한 신성한 아침이 내게 주는 새로운 발견의 의미가 있다. 사랑은 리듬이다. 리듬은 과학의 수학이며, 사랑의 예민한 표현은 음악이다. 실현이 아니라 표현임을 확실히 해두자.
- 왜 무엇인가 있어야만 하는가? 필요한 관념은 우연이 우리의 정신 속에서 차지하는 최상의 형식은 아닌가? 그녀는 나의 창조물인가 아니면 내가 그녀의 창조물인가? 아니면 우리 둘은 서로에게서 말미암은 상호적인 존재인가? 부분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 속에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창조란 무엇인가?
오르페오,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구냐?
- 언젠가 너희 개들이 스스로를 사람으로 볼 때가 오지 않겠니? 마치 스스로 개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있었듯.
- 매 시간은 이미 지나간 시간에 밀려 도달하고 있다. 나는 도래할 시간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그 미래를 추측하기 시작하자마자 그 시간은 이미 과거로 변모하려 한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 영혼 자체가 사랑, 그리고 육화(肉化) 한 고통이 아니겠는가?
- 죄를 짓지 않고 어떻게 지식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죄가 아닌 지식은 지식이 아니며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 " 모든 사회적 인습이 사라질 때가 올 것이다!" 돈 페르민이 소리쳤다. 사유 재산의 울타리와 벽은 일명 도둑이라 불리는 사람들, 다름 아닌 지주 계급을 위한 인센티브일 뿐이라고 확신한다. 벽도 울타리도 없는, 모든 사람이 다가설 수 있는 재산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것이지.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게 태어났는데, 사회가 인간을 악하게 만들고 타락시킨다.
- 그 눈물은 육체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야. 내 영혼으로부터 나왔지. 영혼은 단지 눈물 속에서만 드러나는 샘 같은 것이야. 진정으로 울어야 영혼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를 알 수 있어.
- 사람들은 비록 아무 내용이 없더라도 대화 자체를 위한 대화를 좋아하거든. 반 시간의 연설은 참지 못하면서도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 그것은 말하기 위해 말하는 것이고 중간에 남의 말을 자르고 끊어서 말하는 대화의 매력이지.
- 모든 종교의 모든 예배와 의식은 신이 깨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꿈꾸도록 하기 위한 방식은 아닌가?
- 나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왔고 또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해왔다. 항상 그랬었다. 모든 것은 환상이고 환상 외엔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즉 생각하는 것이 의식되자마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진리라고는 생리적인 삶밖에 없다. 언어라는 이 사회적 산물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철학자가 진리란 언어와 같이 사회적 산물이며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이고, 그렇다고 믿으며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 바 있다. 모두가 페르소나고 모두가 가면이고 모두가 희극배우다!
- 그는 혼자 있을때만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혼자 있을 때만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러니까 분주하고 정신없는 군중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느낄 수가 없었다.
- 사람의 손을 거쳐 가지런히 잘 자란 도시의 나무들은 비가 오지 않을 때면 지정된 시간에 물을 공급 받아서 광장의 보도 밑으로 뿌리내리고 있었다. 지붕 위로 뜨고 지는 태양을 기다리는 저 감금된 나무들. 어쩌면 먼 숲을 동경할지도 모르는 저 갇혀 있는 나무들이 신비스러운 마력으로 그를 매혹했다.
- 고생물학자가 뼈 하나로 완전한 동물을 만들고, 고고학자가 질그릇 손잡이 하나로 모든 고대 문명을 재구성할 수 있듯이 물 한 방울에서 우주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함을 알았다. 현미경으로 별을 보고 망원경으로 적충류를 관찰해보자.
- 넓이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깊이로 잃게 된다.
- 창고를 가진 사람이 공장을 가진 사람보다 자기 상품을 더 잘 챙기기 마련이다. 학자는 이런저런 조사한 것을 짜 맞춰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내놓는 사람들이다.
- 침울한 농담, 서글픈 재치 속에 즐거움이 있지. 웃기기 위한 웃음은 불쾌하고 심지어는 공포까지 불러 일으키지. 웃음이란 비극을 위한 준비일 뿐이야.
- 무언가 실험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배를 불사르지 않고 후퇴의 길을 열어 놓는다면 아무것도 확실히 알지 못하는 거야. 자신의 육체 일부를 절단해 보지 못한 외과 의사를 결코 신뢰해서는 안 되며 미치지 않은 정신과 의사에게 너를 맡기지 마.
- 사람은 개, 고양이, 말, 소, 양과 같은 온갖 종류의 동물, 특히 가축이 있기 때문에 사람일까? 인간은 자신의 동물적인 면을 대신해 줄 가축이 없었다면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만일 인간이 말을 가축으로 들지 않았다면 인간의 반은 등에 짐을 지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 동물들. 너희들 덕분에 인간의 문명이 존재하는 거야.
- 부식성이 없고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농담은 아무 쓸모가 없어.
- 자살한 사람들은 대부분 좌절당한 살인자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죽일 용기가 없어서 자기 자신을 죽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