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2026.05.20
엄마 아빠, 가족들에 대한 생각
부모에게 결혼을 책임져 달라고 말하는 또래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향후 교수직을 꿈꾸고 있는데 자신은 지금껏 공부를 하느라 연애를 한 번도 못 해 보았으니 부모님께 결혼을 책임져 달라는 말과 함께 소개팅을 요구해서 우리 엄마가 주선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정상적으로 누군가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문득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해본다.
엄마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새가슴의 소유자다. 어쩐지 수줍은 소녀같은 구석이 있어 천성이 귀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인간이란 나이가 들수록 뻔뻔해지고 보수화되기 마련인데, 우리 엄마처럼 나이가 들어도 귀여움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빠는 우리 아빠는 내담자의 심리를 치유하고 법적 공방이 해결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사업을 운영한다. 그런데 뭐랄까, 길을 걷다 한쪽 모퉁이에 멈춰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 앳된 소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일단 방향만 결정하면 주저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스타일이랄까. 타인이 비난한다고 금세 사과를 하거나 해명할 정도로 경솔하거나 자기 소신이 없는 유형은 아니다.
엄마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아빠의 과오를 묵묵히 덮어왔고, 그 상처를 유머와 뒷담화로 치유하려고 하며 나는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와 분노가 짙게 깔려 있다. 정작 우리 가족은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인데, 역설 중에 역설이 아닐 수가 없다.
난 부모가 아니라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만일 내가 아이를 낳았으면 아무리 배우자와 사이가 안 좋아도 아이가 무탈한 성장을 위해, 배우자가 인간 이하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면 바로 아이와 분리시켜 그 영향을 덜 받게 하겠다. 애써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그래도 부모님 두 분 모두 나를 위해 많이 희생하셨다. 그분들 나름대로 힘든 상황 속에서 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사랑을 주었고, 물질적으로도 충분히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나는 과연 희생할 자신이 있는가? 생각해보지만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