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026.03.20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나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은 이제 나와는 무관하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는 더 이상 이웃도, 동포도, 형제도 없다. 이 지상에서 나는 마치 내가 살던 행성으로부터 추락하여 머물게 된 어떤 낯선 행성에 있는 것과도 같다. 혹시라도 내 주변에 알아볼 수 있는 뭔가가 있다 해도 나의 마음에 비통함과 애절함을 안겨주는 것들뿐이고, 나를 스치거나 에워싸고 있는 것에 눈길을 보낼 때마다 나를 분노케 하거나 몹시 슬프게 하는 고통을 발견하게 된다.
- 나는 한 인간이 결코 처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기이한 처지에 놓인 내 영혼의 일상적 상태를 묘사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나의 고독한 산책들에 대해, 또한 나의 사고력을 자유롭게 방임하고 아무런 저항도 거리낌도 없이 스스로의 성향을 따라가도록 내버려둘 때 그 산책들을 가득 채우는 몽상에 대해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역경은 분명 위대한 스승이다. 하지만 수업료를 비싸게 치러야만 하고, 종종 그 수업에서 얻은 이익은 치른 대가만큼의 가치가 없다.
- 사람들의 말을 평가하고 악의를 규정짓는 것은 오로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이다. 틀리게 말하는 것은 속이려는 의도에 의해서만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속이려는 의도 자체도 해치려는 의도를 항상 수반하는 것은 아니고 때때로 정반대의 목적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죄 없는 것으로 만들려면, 해치려는 의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것 말고도 우리가 우리의 말 상대들을 그 안에 빠뜨리는 오류가 그들을 비롯해 누구에게든 어떤 방식으로도 해를 끼칠 수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 나는 세상에서 진실하다고 칭해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진실성은 쓸데없는 대화 속에서 장소, 시간, 인물을 충실하게 인용하고, 그 어떤 가공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어떤 상황도 미화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아무것도 과장하지 않느라고 모두 고갈되어 버리고 만다. 그들은 최고의 난공불락의 충실한 서술을 견지한다. 하지만 자신들과 관련된 어떤 문제나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어떤 사실을 서술할 때는 가장 유리한 관점으로 그것들을 묘사하기 위해 온갖 색채를 다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