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2026.05.15
인간혐오기 1
인간이란 생명체의 하찮음과 나약함 그리고 무지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언행일치가 되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정말로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인간이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이유는 결국 그들이 악 惡 해서가 아니라, 약 弱 해서이기 때문이다. 악한 것과 약한 것, 한 끗 차이다.
사람들이 뒷돈을 받거나 권한을 풀어준 비리 정치인을 비난하고, 갑질하는 기업인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상대적으로 청렴해서가 아니다. 그냥 가진 게 좆도 없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 사회에서 그들의 존재란 한낱 바람 앞의 촛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구석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만 도덕이라는 빌미로 하찮은 자존심을 뽐내볼 뿐이다. 애초부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권력, 돈이라는 건 생존과 직결된 큰 문제고,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인간들은 자신의 삶과 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추상적인 신념 따위는 내던져버리거나 최소한 게눈 감추듯 숨길 수 있는 것이다.
1조 자산가 회장에게는 고개 숙이고 연봉 5천 받아가는 사원에게는 뽕뽑아 부려먹으려는 속물 얼간이는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평범하다. 그들은 그런 평범함으로 말미암아 누군가로부터 그 뻔뻔함과 속물스러움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하게 변호받을 수 있으며 또 그들을 대변하는 자들을 보면 짜증이 솟구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곧 한 인간의 가치가 되고마는, 그런 흔한 저잣거리의 천한 자들은 분명 50년 전에도, 500년 전에도 어딘가에 똑같이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은 넓고 또라이들은 많다. 돈이나 권력 따위로 회유할 수 없는 반골 투사들도 있고, 사랑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로맨티스트들도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위대한 인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좀 관점에서 보면 저런 식으로 돈과 권력과 각종 이해관계에 민감한 놈들은 부려먹기 딱 좋다. 알아서 기어주니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약한 것은 악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럴듯한 외모 뒤에 숨어있는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무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으레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왜 그렇게도 혐오스러운 것이며, 왜 나는 그것을 원치도 않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며, 숱한 밤을 생각과 불면으로 보내야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