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025.11.14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p. 23
예술가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친구들의 외모와 성격뿐 아니라 작품까지 풍자의 제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p. 31
동정심을 발휘한다는 것은 미덕이긴 하나 그것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미덕을 남용하는 수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친구의 불행을 보면 제 장기를 발휘할 셈으로 냉큼 덤벼드는데 그 탐욕스러움에는 어쩐지 아귀(餓鬼) 같은 데가 있다. 동정심을 유정(油井)의 석유처럼 분출하는 것이다.
p. 40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로서 그 안에서 그것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는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이게 마련인데 그들 역시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치 몸 안의 세포들 같았다. 필수적인 요소이면서 건강한 상태에서는 더 중요한 전체 유기체와 분리될 수 없는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이다.
p. 77
창조 본능이 하필이면 이 우둔한 증권 중개인을 사로잡아 파멸시키고, 그를 의지해 사는 사람들마저 불행에 빠뜨린다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기야 권력 있고 부유한 인간들의 혼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다 마침내 그들을 성령으로 굴복시켜 사로잡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세상의 안락과 여인의 사랑을 버리고 수도원의 고통스러운 금욕적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신의 뜻보다야 더 기묘할 건 없다.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
p. 84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에 숨어 있는 스파이이다.
p. 99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p. 113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 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오. 그리고 예술가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 보아야 해요.
p. 221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