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026.03.16
윌리엄 포크너 <곰>
P. 91
이 녀석에겐 날 때부터 알고 태어나 비록 무서운 마음은 품을지언정 두려워하지 않는 무엇이 있어. 자네들은 그게 무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농장이나 은행 따위를 만들어서 그 뒤에 숨어살잖나.
P. 103
성경에 보면 하느님께서 어떻게 땅을 창조하셨는지 쓰여 있습니다. 땅을 창조하시고 쳐다보시며 보기 좋다 하시고, 그다음 인간을 만드셨다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땅을 먼저 만드시고 그 땅을 말 못하는 생물들로 채우신 다음 인간을 만드셔서 종주권을 주시고 하느님의 이름 아래 땅과 그 땅 위에 있는 동물들을 감독하라 하셨습니다. 인간은 그 자손들에게 땅을 이리저리 조각내 대대손손 영원히 침범할 수 없는 명의를 붙이라 하신 것이 아니라, 형제애를 바탕으로 익명하에 공동으로 땅을 보전하고 사용하라 하셨어요. 이에 대해 하느님께서 요구하신 유일한 사용료는 연민과 겸허, 관용과 인내, 그리고 땀 흘려 식량을 얻으려는 노력뿐이었습니다.
P. 105
하느님께서는 눈감아주신 것도 눈이 멀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켜보고 계셨으니까요. 인간은 에덴동산도 빼앗기고 가나안도 빼앗겼습니다. 인간에게서 땅을 빼앗은 자들은 빼앗고 또 빼앗아서 인간을 빈털터리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500년 동안, 자기가 실제로 살지도 않는 땅을 소유한 지주들이 로마의 유곽에서 뒹굴었고, 그 후 1000년 동안에는 북쪽 숲에서 내려온 야생의 부족들이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이미 유린된 땅을 집어삼킨 후 그들 역시 그 땅을 또 한번 유린한 겁니다. `쓸모없이 저물어가는 구세계의 끝자락에서 물어뜯다 버린 뼈조각'을 놓고 으르렁거리며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고 있을 때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평범한 계란 하나를 가지고 인간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셨지요. 그곳에서 겸허와 연민과 관용과 긍지를 서로 나누는 사람들의 나라를 세우라 하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