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2026.01.03
장 주네의 <도둑 일기> - 예술과 범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쩌다 서고에 쳐박혀 있던 장 주네의 <도둑 일기>를 꺼내 들었다.
방랑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풀어쓴 산문 소설인데, 시적인 문장이 많아 완독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범죄자들을 숭고한 존재로 추앙하고 처벌의 공간인 감옥을 성스럽게 묘사하려는 부분은 오히려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악행을 미화하려는 의도로 쓴 작품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장 주네가 의도한 "성스럽다"는 감상은 들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처럼 약탈에 능숙한 자들에게는 자기 기만, 위선이 없다. 그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기만하며 선량한 의지를 내비치는 자들보다 본능의 부름에 솔직하고 맹렬하게 응답했을 뿐, 나름의 철학을 갖고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인물이었다. 사회의 규범을 지키지는 않더라도, 규범을 속이면서 언어로 세탁하지는 않는다. 헌데, 평범한 생활에 안주하는 자들은 자기만의 철학이라도 갖고 있느냐는 말이다.
주인공은 동성 연애를 한다. 나 역시 내게 남몰래 연정을 품은 친구에 대한 선례가 있어서, 심리를 묘사한 부분에 있어서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질펀한 문장들이 많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역시, 사회나 다수가 용납하지 않는 금단의 사랑도 매혹적인 소재다. 법과 제도, 종교로 금기시할수록 남몰래 금기를 깨는 것을 열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룰 수 없기에, 잡을 수 없기에 그만큼 아름답고 비극적인 법..
사실 도둑질, 폭력, 살인, 전쟁, 동성애는 소설 세계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이 예외없이 마음 한 구석에 크고 작은 금단의 욕망을 숨기고 살아가며, 그러한 욕망을 현실에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소설같은 가상 속 세계에서 투영하는 등 창조적인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단순히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내면에 깊이 묻어두었을 때 범죄의 형태로 현실에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쨌든 나 역시 고리타분한 윤리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으니 차라리 도둑 일기처럼 당당한 이기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살고 싶다.
난 나밖에 몰라.
아니, 내 가족, 내 애인밖에 몰라.
나랑 내 가족, 내 애인의 행복이 먼저니까 그 외의 것들은 다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