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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3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인상깊은 어록
- 무한한 암흑으로부터 나타나 10개월의 배아 상태를 보내고, 몇 시간의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맛보고 나서 또다시 결정적인 무한의 암흑 속으로 하강해 가는 존재. 나는 그에 관해 금세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 식물 같은 기능밖에 지니지 못한 아기의 죽음에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다 해도 도대체 그 아기의 죽음이란 무엇일까? 혹은 그의 삶이란 무엇일까?
- 자몽과 천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는 짓이 연극 같아, 하고 생각했다. 연극이다, 연극이야. 분유 대신 설탕물을 얻어 먹으며 조금씩 쇠약해 가고 있는 머리에 혹을 매단 아기만이 연극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모조리 기만의 대사만 말하는 연극이군, 하고 버드는 생각했다.
- 그 괴물에게 인간의 이름을 붙인다. 아마도 그 순간부터 녀석은 보다 인간 같아지고 인간 다운 자기 주장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름을 붙이지 않은 채 죽는 것과 붙이고 나서 죽는 것은 나에게 있어 녀석의 존재 자체가 달라지는 일이 될 것이다.
- 타인들의 공통된 세계에서 인간 일반을 위한 오직 하나의 시간이 진행되고, 온 세상 인간이 한 가지로 겪게 될 나쁜 운명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버드는 그의 개인적인 운명을 지배하고 있는 아기 괴물의 요람에만 매달려 있다.
- "아뇨, 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었어요. 거의 도망쳐 버릴 뻔했었죠. 하고 버드는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 되어 "하지만 이 현실의 삶을 살아 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정통적으로 살도록 강요당하는 것인 모양이네요. 기만의 올무에 걸려 버릴 작정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새인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런 식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