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1.04.10
반려견을 대하는 인식의 변천사
인류는 오랜 시간부터 가축과 공생 관계를 맺었습니다. 인류에게 있어 가축은 식량 공급원, 이동 수단, 군사적 수단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가깝게 지내온 존재는 단연 개 犬 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개는 본디 사냥용, 가축 몰이용, 경비용, 애완용 등 여러 목적으로 사육되어 오면서 최근에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동물로써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펫펨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문화도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동물도 다른 종(種)끼리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서민들에게 있어 개는 그저 복날에 잡아 수육으로 섭취하는 가축이었을 뿐이죠. 17세기 조선의 요리책 <음식디미방>에는 개고기로 만든 순대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음식이죠. 하지만 개를 애완용으로 길렀다는 증언도 곳곳에 남아있는데, 단적인 예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연산군은 개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궁궐 안에 방울을 달아서 자유롭게 풀어놓은 채 길렀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모견도(母犬圖)'로써, 16세기 조선인 정중 이암의 작품입니다. 그림 속 강아지는 품종이 분명하지 않지만, 새끼 강아지들의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목에 걸려있는 빨간색 방울인데요. 과연 야생 들개에게 장식용 방울을 달아줬을까요? 글이든 그림이든 작품은 시대상을 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법이죠. 모견도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시기의 서양 역시 많은 귀족들이 소형견을 길렀습니다. 위 사진은 프랑스의 루이 미셸 반 루 화가의 <예카트리나 드미트리예브나 골리치나 공주> 이라는 작품인데요. 위처럼 중세 유럽 작품에서 밝은 색의 리본에 방울을 단 강아지의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애완견의 미모를 가꾸고자 하는 귀족들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대표적인 예로, 털이 아름다운 비숑프리제는 프랑스 왕실의 공식 개로 임명되었으며, 파피용은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과 개가 공유하는 우정의 깊이는 이처럼 옛날의 초상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지금의 반려견과 다를 게 없어 보이죠? 그러나 당시 반려견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지금과는 묘하게 다른 맥락이었습니다.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길거리 시장에서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진열해놓고 판매했는데요. 개를 `상품화'하기 시작한 애견샵 문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질 문명의 도래, 즉 과학 기술이 한참 발달하던 시대였던 만큼, 애완견 역시 살아 움직이는 인형과 비슷한 맥락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지금의 반려견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당시 장식용으로 길러지던 애완견에게 중요한 요소는 외모의 미추였습니다. 현대인이 유명 고가 브랜드의 장신구를 착용하는 이유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은연중에 경제력을 내세우기 위함인 것처럼 중세 유럽의 강아지 역시 귀족들의 과시용 도구로 쓰였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했던 당시의 사회 특성 상 평민들은 강아지를 예쁘게 꾸미는 데 투자할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아는 귀족들은 아름답게 꾸며진 애완견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자신들만의 특권으로 여기고 살았습니다. 그야말로 호사스러운 취미 생활이었죠.
귀족층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강아지에게 예쁜 장식물이나 치장할 수 있는 용품, 이를테면 방울, 리본,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이어진 대규모의 반려동물 상품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와 동시에 외적 매력이 떨어지는 견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갔습니다.

사진 속 강아지의 품종은 Turnspit Dog입니다. 30년 전 멸종된 품종이라 아마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해당 견종은 기원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중세시대 영국에서 사육되던 견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몸의 길이가 길고 다리가 짧은 외형으로 마치 닥스훈트와 웰시코기를 섞어 놓은듯한 외모를 닮았습니다. 주방에서 고기의 바베큐 기계장치를 회전시키기 위해 쳇바퀴에 들어가 달리는 용도로 사육되었고, 바비큐뿐만 아니라 식수용 펌프나 곡물 제조기에도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식 주방 용품이 개발,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추게 되었는데요. 반려견으로 길러지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는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거둬 기르려고 하지 않아 거리를 전전하던 끝에 결국 멸종에 이르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엄연한 동물 학대지만, 당시에는 동물권보다 사람의 편의가 우선이었고, 목적에 의해 사육되는 실용주의 문화가 보편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애완견보다는 경비견, 목양견의 숫자가 월등하게 많았으며, 이들에 대한 선호도가 보다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들을 위주로 널리 번식이 이루어졌는데요.
위같이 무분별한 교배를 막기 위해 켄넬 클럽이 탄생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소수의 동물 애호가들이 윤리적인 문제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같은 견종이라도 개체마다 특징이 제각각이며, 견종 고유의 특징을 명확하게 갖춘 개체를 구분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며 건강하게 대를 잇기 위한 전문 켄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애완견의 공급이 늘어감에 따라 평민 계층에서도 개를 기르는 사람이 늘어갔습니다. 견종마다 적정 표준이 규정되고, 이에 부합하는 개체를 번식시킴과 동시에, 점차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개량시키려는 움직임도 지속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작은 사이즈의 견종은 국제 애견연맹(FCI)의 그룹9에 해당하는 토이(toy dog) 그룹으로 따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들의 존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와 유흥거리를 창조하도록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도그쇼가 있는데요. 최초의 도그쇼는 1859년 뉴캐슬 지역에서 열린 재롱 잔치는 예상외로 큰 파급력과 광고 효과를 낳았습니다. 개를 기르는 사람의 숫자는 계속해서 불어났고, 이들이 선호하는 견종도 점점 세분화되었습니다.
미국 켄넬 클럽(AKC)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1940년대까지만 해도 비글을 선호했지만, 1970년대 들어 리트리버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견종의 인기가 증가하였습니다. 도그쇼나 서커스의 영향으로 명령어를 잘 따르며 길들이기 용이한 품종이 자연스럽게 사랑을 독차지한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점차 자신이 기르는 개의 건강 상태에 초점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19세기 이전에도 가축 전염병이나 유행병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결과일 뿐, 동물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형견에 대한 개량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던 과도기로, 체구가 작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타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애완견의 질병 및 영양학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사료 시장도 급성장하였는데요. 1860년 영국에서 상업용 사료가 최초로 출시되었는데, 밀가루와 야채를 소분하여 갈아만든 비스킷이었습니다.
이처럼 20세기 들어 동물 영양학이 적극적으로 연구되면서 다양한 기능성 식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개의 필수 영양 요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뿐만 아니라 기타 미네랄 등의 미량 원소도 일정 비율로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는 AAFCO(미국 사료 협회) 기준을 따르는데, 전체 성분 중 단백질 15%, 지방 3%, 칼슘과 인의 비율이 약 1.2:1 이 이상적인 배합이라고 명시합니다. 평소 영양 성분이 최적화된 사료를 섭취한 결과 사람이 남긴 잔반 찌꺼기를 먹는 것보다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맛과 기호성을 고려한 사료나 처방식 사료도 출시되었는데, 특정 사료를 먹고 눈물이나 알러지 반응을 나타내는 개체에게는 저 알레르기 사료를, 결석이 있는 개체에게는 소변 배출량을 늘릴 수 있는 전용 사료를 급여할 수 있게 되었죠. 강아지의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점차 세분화되었습니다. 품질이 좋은 사료를 공급받은 개는 잔병 치레가 줄고 평균 수명도 길어졌어요.
반려동물 의료시장 또한 급성장세를 보였는데, 올해(2021년 기준) 반려동물 의료산업 규모는 약 67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강아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보여주기 식 목적이 강했다면, 이제 반려견을 진정 가족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건강까지 책임지려 하는 `펫펨족'으로 재탄생한 것이지요.
또 한 가지 더 등장한 것이 반려동물 종합관리사, 그중에서도 전문 훈련사입니다. 개의 습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훈련법을 제시함으로써 행동을 교정하는 직업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보다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아시다시피 아파트는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공존하고, 이웃 간 물리적 거리가 인접해있다 보니 반려인 세대와 비 반려인 세대의 갈등도 불가피하죠. 이를 해결하고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경계, 짖음, 하울링, 입질 등의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훈련사의 존재입니다. 핸들러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일자리, 이를테면 애견 미용사, 수의테크니션 등의 직업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나날이 성장하는 추세인데요.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반려견을 비롯한 반려동물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지난 2015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간 평균 14.5%씩 성장하여 5년 이내로 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동물복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반려동물 등록제도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으며,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여전히 첨예한 논란이 남아있긴 하지만, `애완'은 단순히 장난감처럼 옆에 두고 가지고 논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반면, '반려'는 함께한다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만큼 동물을 존중한다는 뜻이죠. 반려견의 마음이 곧 반려인의 마음이랄까요.
현재 한국의 반려견들은 일상에서 `견권'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는 바깥 마당에서 기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어느덧 실내견이 되고 다양한 간식과 건강식 출시에 이어 애견 의류, 놀이터, 동반 호텔, 유치원까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요. 반려견에게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주는 건 옛말이 되었습니다. 반려견을 상품이나 식품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흑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죠.
이제 개와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개는 자신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인간에게 의존하고, 인간은 개로부터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 이상을 넘어 정서적인 함양과 치유받는 것이죠.
여기까지, 오늘은 반려견 인식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한 세기 후의 반려인과 반려동물은 어떤 환경 속에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새삼 궁금하기도 하네요.
다음번엔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