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2026.08.06
부(富)와 행복, 둘 사이의 모순
고위직 관료들이나 유명 연예인, 재벌 4세 등 나랑 차원이 다른 부를 가진 인물들은 과연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평범한 소시민들에 비해 감정적으로 불행하게 묘사된다. 미간에 주름이 져 있거나, 소리를 지르며 싸우거나 서로 뒷통수를 치려고 음모를 짜내기도 한다. 실제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재벌 2세, 3세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옛날 조선시대 왕들이 혹여 신하들이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까,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음식에 독을 타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는 등 의심병에 빠져서 무고한 측근들을 숙청하면서 정신적으로 불행하게 살다갔던 이야기도 상기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부와 권력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 호위호식하려 발버둥을 치는건지 의문이다.
매일 굶주리는 아프리카 기아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복에 겨운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가 당장 느끼는 괴로움이 절반으로 줄어드는가?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을 보면 내가 느끼는 고통은 가짜가 되는가?
이 점을 잘 생각해보자.
내가 자란 동네는 전통적인 부유층들이 많았고,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들도 주변에 꽤 많았다. 어릴 적 교류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높은 사회적 기대치를 요구받고, 그에 걸맞는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학습해서 사회적 성공에 대한 기준치가 상당히 높았다. 성공한 부모로부터 이념적 가치를 학습받고 스스로 기대치를 높여서 더욱 더 노력하는 것이다.
아빠는 대학병원장이고 엄마는 명문대 교수에 친구들은 죄다 하버드나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유학파인데, 본인만 변변치 못한 한국 지방 사립대를 졸업하고 하루하루 편의점 알바로 연명한다?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위 사례와 딱 비슷하다. 가정과 또래 집단에서 학습받았던 가치관과 내 본연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대치되기 일쑤였고, 이러한 대립이 결국 부모님과의 무수한 갈등과 불행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성공한 기업인과 비슷한 레벨의 성취를 이루어도 그것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이나 높은 권력, 인기를 갖게 되면 원치 않는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고, 나는 그런 피곤한 삶을 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런 것들은 일상에서 눈곱만큼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정신적으로 발전하는 감각이다.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대상(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이 존재하는 한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물질적 부유함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