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2026.08.03
차이코프스키와 나데즈다 폰 메크(Meck) 부인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메크 부인은 러시아 철도를 운영하는 집안의 재벌인데 일찍이 남편을 잃어 미망인이 된 여성이다. 음악을 참 좋아했는데 그중에서 차이코프스키 음악, 특히 템페스트의 광팬이었다.
그녀는 일찍이 차이코프키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재정난에 시달리는 그를 위해 엄청난 양의 금액을 후원했다고 전해진다. 계산해보면 매년 6,000루블이었다고 하니, 한화 기준으로는 매년 10억이고, 그걸 13년 동안 후원했으니 총 후원금은 130억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차이코프스키는 예술가 답게 돈에 대한 개념이 지지리도 없었다. 수입에 관심도 없는데다 씀씀이도 헤퍼서 후원 받기를 망설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왜 이리도 현실에 무지하고 거렁뱅이처럼 사는가? 탐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건 이 둘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서로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횟수가 늘다보면 상대의 단점이나 추한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크 부인은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를 한평생 만나지 않기로 결심하고 계약서까지 작성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본인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작곡가의 로망을 깨고 싶지 않았거나, 본인의 외모나 성격에 자신이 없어서 만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고액의 금액을 후원하면서도 단 한 번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특수한 관계였다.
비대면 상태에서 이 둘은 편지로는 돈 뿐만 아니라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이나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주고 받았다. 특히 섹스가 남녀를 서로 착취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섞여 있었다고 한다. 메크 부인이 차이코프스키에게 편지를 읽은 뒤 몽땅 찢어 없애라고 했지만 차이코프스키가 몰래 보관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나서 후세에 의해 편지에 담긴 이야기의 전말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자유분방하지만 기묘하고 아리송한 인연 그 자체.
그러다 이미 죽은 남편의 회사 빚 때문에 그녀에게 재정난이 생겼고, 자녀들의 반대와 무식한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편지를 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차이코프스키는 "내 사랑은 당신의 후원과는 상관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다. 메크 부인은 답장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폐결핵인가, 콜레라인가 아니면 자살을 했었던가? 하여간 차이코프스키는 세상을 떠나고 그가 실제로 사망한 두 달 후에 메크 부인도 세상을 떠난다.
차이코프스키와 메크 부인이야말로 지구상의 그 어떤 러브 스토리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만나지도 않고, 그 어떤 형태의 대가도 바라는 것 없이 후원하며 서로의 안녕을 비는 사랑은 정말 품격있고 거룩하며 훌륭하다.
내가 관심 가지는 사랑 이야기 중에 몇 안 되는 흥미로운 일화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랑따위 걍 개나 주겠다.
사랑따위 좆이나 까잡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