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2026.08.06
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The Goalie's Anxiety at the Penalty Kick
전직 축구선수 골키퍼 요제프 블로흐(Josef Bloch)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한다. 그러면서 할짓없이 도시를 배회하고, 술집을 드나들다 영화관 매표소에서 일하는 여자를 만나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러고 충동적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다. 수사망을 피해 (?) 도망치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말, 표정, 간판, 신문 기사까지 하나하나 의식하며 그 중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 갈팡질팡한다.
저자가 블로흐를 3인칭으로 서술해서 초반엔 이해가 잘 안 됐지만 블로흐의 의심과 불안이 내가 느끼는 것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다. 세상에는 의미가 많다못해 넘쳐 흐르고, 불안이라는 건 그렇게 범람하는 행간의 의미 사이에서 개인이 만들어 낸 착각에 불과하지 않은가. ㅎ
- 블로흐는 신경이 예민해졌다. 눈을 뜨고 있으면 주변이 부담스러웠고, 눈을 감고 있으면 주변의 물건들을 표현할 단어들을 찾아야 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 얼마 후 블로흐는 방금 자신이 처음으로 한 이야기들을 그녀가 마치 그녀 자신의 일인 것처럼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그는 그녀가 방금 이야기한 것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인용했고 혹시 그것에 대해 자신의 단어로 말할 경우에는 그녀의 일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꺼리듯 매번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지시어를 첫머리에 사용했다.
- 그녀는 자기가 이야기한 모든 것에 그가 끼어드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그의 이야기에는 거침없이 끼어들었는데, 그는 그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 그는 스스로 잠에서 깬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은 조용했다. 무엇 때문에 눈을 뜨게 되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잠시 후 그는 신문이 구겨지는 소리 때문에 놀라서 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옷장의 삐거덕 소리 때문에?
- 블로흐는 밖에서 쓰레기차에 쓰레기통을 기울여 부으면서 나는, 쿵쾅하고 거친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그러나 그가 밖을 내다보았을 때, 쓰레기 차는 보이지 않았고 막 출발하는 버스의 뒷문이 닫히는 것과 저만큼 낙농업 제품들을 쌓아 두는 플랫폼에 우유 통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시골에 쓰레기차가 있을 리 없었다. 착각이 또 시작되었다.
- 그는 스스로를 불쾌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식이 너무 강렬해서 그것을 온몸의 촉각으로 감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의식이나 사고를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공격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 `화창한 낮에?' 그는 어쩐지 이 구절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그 표현은 싫지만 익살스럽게 여겨졌다. 이 문장에 다른 단어들이 쓰였으면, 덜 싫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