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2026.07.04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 작가에 대한 단상
프랑스 출신 소설가이자 공상과학의 대가인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을 생각해본다.
그는 사촌 누나에게 산호초를 선물하기 위해 인도행 무역행에 밀항했다 아버지에게 덜미를 붙잡힌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앞으로는 꿈속에서만 여행을 하겠다"라는 말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 배를 탈 수 없다면 머릿속에서 세계를 항해하겠다는 말을 약속으로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후 파리에서 법학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 이유는 가업을 계승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고개를 끄덕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는 법률이 아니라 문학 쪽에 자신의 진정한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문학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파리 생활 중에는 여러 문학 살롱에 출입하며 문단 인사들과 인연을 쌓았고, 뒤마의 소개로 극장의 비서 일하며 틈틈이 작품을 써서 잡지에 투고하고 올렸지만, 무명 작가로서의 생활은 힘겨웠다고 한다. 그는 생계를 위해 극장에서 일했고, 남는 시간마다 원고를 썼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원고로 출판사의 문을 두들기지만 연이어 거절을 당했다.
그러다 훌륭한 편집자를 만난다. 편집자는 장기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작품을 출간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결국 그것으로 쥘 베른의 작품은 빛을 보게 되었다. 유네스코 집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번역된 작가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그가 당시 생각해냈던 모든 공상적인 이야기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보고 온 게 아닐까 할 정도라는 평가도 얻었다.
만약 그저 아버지의 요구에 응해 그저 유능한 법률가가 되었다면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 같은 작품들이 나왔을까? 오늘날 나를 비롯한 후손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열정을 순수하게 따랐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이 시들지 않고 널리 생생하게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성공을 이뤄내거나, 꼭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행복을 느끼며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뒤쳐지고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열정과 재능을 무시한 채 남들처럼 살기 때문에 그저 그런, 밋밋하고 시시한 일상을 보내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한국 (또는 동양의 전체주의적인) 교육에 세뇌되어 꿈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점에서 쥘 베른은 참 대단하다. 나의 내면에서도 무언가 꼭 해야한다는 느낌이 꿈틀대긴 하지만, 그저 이런 식의 기록만 쓰는 방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