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2026.02.23
우리는 모호하고 뒤틀린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최초의 밑그림은 어린 아이가 마주하기엔 너무도 두렵고 추악했다. 지옥도의 완성을 잠자코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지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희미한 밑그림은 그의 상상속에서 되려 온갖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완성되어 꿈틀거렸다. 불쑥불쑥 사무치는 기억의 편린이 그를 쑤셨다. 결국엔 달아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었다. 결국엔 그것을 마주하고, 직시하고, 나름의 완성을 시켜야했다. - <증광도> 中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설정들은 현실과 맞물려있는 법이다.
난 이 대목을 읽고 태호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 한 조각을 숙성해 문학적인 상상을 덧입힌 것 같다고 느꼈다. 예전에 누가 말했던 것처럼, 기억이 있는 그대로 재현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해석되고 상상력이 더해져 문학이 되는 것이다.
중희는 일그러진 인간에 대한 상징이다. 원인 모를 아버지의 죽음, 분노, 냉소가 수면 아래에 깔려 있다가 어떤 계기로 진실을 알아차리고 피의 복수를 꿈꾼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뭉게뭉게 이야기 꽃처럼 피어났다. 나는 지금도 그 이야기의 한 페이지 속에 들어와 있다. 개인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졌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아직 미완이다. 중희의 아버지가 어떤 방법으로 장씨에게 살해를 당했는지, 또 중희가 섬에서 그 진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도 설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심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