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2026.06.10
결국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실제로 그 대화는 거울을 마주보는 것과 흡사하다. 우리 모두는 어떤 종류의 무도회 속에서 가면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어이없는 믿음을 고수하는 내게 있어서, 상대와의 대화는 곧 나 자신과의 대화다.
나로부터 모든 것들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화엄경, 우파니샤드, 도마 복음서, 도덕경처럼 고대 지혜서의 압축판에서도 `나'없이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봉착하는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온다. 학업, 취업, 결정 모두가 나에게서 원인이 있고, 문제가 있으며 그 문제도 오로지 나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내 안에 대천 세계가 숨어있는 것이며 내 안에 없는 그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힐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가 딱히 내게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이 이유 없이 싫거나 혐오스럽다면 그건 반드시 내 안의 어떤 면을 비춰보고 그 모습을 혐오하는 것이다. 조폭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육체 우월주의, 원시적이고 유아기적인 상태를 혐오하는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이유없이 좋다면 반드시 자기 안의 어떤 면을 투영시켜 좋아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소위 말하는 연예인 빠순이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 이유는 인간에 대한 평가가 오로지 육체적인 미에만 머물러있기 때문에 그런 1차원적이고 단순한 인식 상태를 혐오하는 것이다.
하여간 개개인은 참 재미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