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2026.06.14
오늘 일상 기록
불면의 밤을 보낸지가 벌써 일주일 째다. 너무 덥고 피곤해서 걸레짝처럼 널부러져 있다가 약속에 나왔다. 초여름이라 나뭇잎이 무성해져 있는데, 오늘따라 그늘이 드리워진 자리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골목 어귀에서 누군가의 장난스럽고 날카로운 고음의 웃음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랐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길에서 이상한 사람을 마주친다. 단테랑 산책할 때 가끔씩 "개새끼" "씨발새끼"라라고 비아냥대던 젊은 남성이다. 인상도 쎄하다. 삼백안에 탁한 동태눈깔 그리고 입가는 항상 마스크로 굳게 가려져 있다. 거들먹거리는 걸음거리가 멀쩡하게 사회 생활을 할 만큼 일반적이진 않다.
근데 이 새끼가 매번 마주칠 때마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단테가 짖지 못하게 하려고 예민하게 신경 날세워가면서 산책시키느라 의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어디선가 은근한 시선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있는 힘껏 나를 야리고 있는 게 아닌가? 뭐가 불만이라서 꼴아보는 것도 모자라 째려보는 건진 모르겠다. 다만 저런 식으로 쏘아보는 걸 몇 번 보니 안면에 구멍을 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좆같은 새끼들 특징 중 하나가 젊은 여자가 혼자 다니면 시비를 털어댄다는 점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웬 노인네가 금방이라도 시비를 털 듯 나와 단테를 번갈아 쏘아보다가 갑자기 뒤에서 택X 오빠가 나타나니까 갑자기 고개를 싹 돌리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이었다. 자기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꼬랑지를 내리고 약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이유없이 괴롭히려는 속셈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내가 어째서 저런 놈과 똑같은 인간인 건지, 경악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두고두고 분노할 일은 아니다. 자연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인간이 생각하는 도덕 따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런 식으로 1차원적인 두뇌를 가진 놈들에게 우리 사회의 상식을 운운하는 건 사슴을 잡아먹는 호랑이에게 정의를 말하는 꼴이니.
문득 다음번에 마주치면 흉기로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