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2026.07.07
깨달은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마하라지(Nisargadatta Maharaji)와 핑가렛(Herbert Fingarett)을 생각해보며.
깨달은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사람들은 흔히 '깨달은 사람'을 떠올리면 도덕적으로 결점 없는 완전한 인간을 상상하는 것 같다. 마치 술 담배 도박 유흥 따위 눈여겨보지 않고, 채식주의자에 늘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을 가진,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조금의 동요 없이 초연함을 보이는 인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마하라지는 20세기 인도 영적 스승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평생 뭄바이 빈민가에서 작은 담배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는 깨닫고 나서도 흡연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팔기도 했다. 흡연을 일삼다 보니 말년에 후두암을 앓게 되었는데, 병에 대해 크게 연연하고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례로 유튜브에서 봤던 미국의 분석 철학자 허버트 핑가렛(Herbert Fingarett)라는 철학자도 생각났다. 그는 공자 사상의 미덕을 강조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논지의 저서를 냈다고 한다. (읽어보진 않았다) 나중에 고령화로 임종하기 전 촬영한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 속에서 자신이 곧 죽는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허무함을 떨쳐내기 어려워한다. 자신이 살아온 것들이 다 무슨 의미인지 반문하지만 답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꽤 여러 권의 저서를 낸 저명한 철학자 치고는 말년이 너무 빈곤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영상: A 97-Year-Old Philosopher Faces His Own Death
내가 생각하는 깨달음은 자기를 스스로 이해하고 자아에 대한 착각을 내려놓는 것이지, 자아를 구성하는 성격이나 습관이 모두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아에 대한 집착은 사라질 수 있지만, 자아를 구성하는 기질과 습관까지 모두 증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깨달은 사람도 담배를 피울 수 있고, 화를 낼 수도 있으며, 여전히 고집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단지 어떤 대단한 업적들이 껍데기에 붙어 있어도, 그것을 '나'라는 실체와 동일시하며 삶을 특별하게 꾸며내지 않을 뿐이다.
깨닫기 전이나 후나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 중에 누가 예수이고 부처이고 어리석은 중생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나의 경우 아직 깨달음에 깨 자도 모르는 어린 철부지 중생이다. 그러니까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끝까지 발버둥쳐서 기필코 낱낱이 찾아내고 말 것이다. 인간 세계에, 자연 세계에 숨겨진 질서들을 하나하나 파헤쳐서 내 머리와 가슴에 차곡차곡 박제해둘 것이다.
나는 핑가렛같이 죽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