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2026.06.21
없음의 상태를 그리워하며
인간에게 탐욕이 없다면 부귀영화와 사회적 성공에 집착할 이유도 없어질 것이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가는 일도 없어서 존재만으로 만족하며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안분지족(安分知足)에 가까운 삶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욕망의 소멸은 곧 집착의 소멸이며, 집착의 소멸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인간은 가족, 친구, 연인으로부터 충분히 사랑 받고 인정받지 못할 때 애정의 결핍을 느끼며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부, 권력, 명예,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할 때 탐욕에서 비롯된 결핍과 좌절을 경험한다. 그러니 순수하게 개인의 평화와 행복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욕망이 없는 무심(無心)의 상태가 가장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욕망이 사라진다면 평화롭기야 하겠지만 동시에 공허하고 무기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욕이 없다면 남녀 간의 끌림과 갈등, 구애와 경쟁,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인간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애정이 없다면 정서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니 사랑과 우정, 이별과 그리움, 희생과 헌신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드라마 역시 사라질 것이다. 탐욕이 없다면 성공과 출세를 향한 도전, 야망과 좌절, 경쟁과 성취의 서사도 존재하지 않을테다.
인류의 역사와 문학, 예술과 영웅담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러한 욕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욕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면서도, 동시에 사랑과 예술, 역사와 문명을 탄생시킨 원동력인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보면 가장 완벽한 상태란, 욕망이 없는 삶이 아닌 애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즉 무(無)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우주가 탄생하지 않았고 생명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사랑의 상처도, 경쟁도, 질투도, 실패와 죽음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이 우주는 존재하고, 인간은 욕망을 가진 채 진화해왔다.
고통과 위험, 불확실성을 감수하더라도 다양성과 변화, 창조와 새로운 가능성을 얻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