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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6
2026년 4월 16일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직장인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자유를 직장에 고스란히 헌납하여 푼돈에 팔아넘긴 것이니, 헐값에 스스로를 팔아넘긴 창녀나 본질적으로 다름없는 신세로 말이다. 오늘도 일상이라는 몽상 속에서 열심히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이성의 가면을 둘러쓴 채 품위있고 형식적인 삶을 유지해야 한다. 내 힘과 능력만으로 파괴할 수 없는 거대한 질서의 모퉁이에 스리슬쩍 편입되어, 그 시공간 속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아뇨, 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었어요. 거의 도망쳐 버릴 뻔했었죠. 하고 버드는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 되어 "하지만 이 현실의 삶을 살아 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정통적으로 살도록 강요당하는 것인 모양이네요. 기만의 올무에 걸려 버릴 작정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샌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런 식으로요." -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中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가학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 편의점 인간 中
가면이 우는 걸 보았을까.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지. 가면의 눈물은 속으로만 흐르게 마련이거든.... - 이청준 단편 <가면의 꿈> 中
생각해보니 "산다"라기보다는 "살아낸다"는 것에 가까운 듯 하다. 어쩌다 보니 지구에 태어났고 만약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좀 더 지적이고 선량한 존재들만이 있는 세계에서 태어났겠지만, 그따위 답 없는 생각이야 이젠 고이 접어둘 때다. 가장 중요한 건 현실과 양립하더라도 윤리라고 불리는 어떤 우열놀음, 그 허상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