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2025.12.20
단테 누나는 절대 결혼 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결정사 기준으로 내 점수를 대충 매겨본다.
우선 가장 중요한(?) 외모를 본다. 예쁘진 않지만, 솔직히 살면서 못생겼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다만 나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모래알만큼 많고, 무엇보다 싱그러운 젊음은 없기 때문에 외모로만 어필하기엔 무리가 있다.
학벌을 본다.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국내 공학대학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처럼 전 세계 외국인들이 딱 들었을 때 알만한 대학은 아니다. 국내 기준 서열로만 봐도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이것 역시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가 못 된다. 단지 취업 시장에서 평균 수준의 취급을 받는 효과로만 작용할 뿐.
이번에는 경제력을 본다. 서울에 자가 두 채, 주말 별장까지 보유한 부모님 덕택에 한국의 평균 중산층보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모님 경제력일 뿐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연봉은 사업가인 부친의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직장을 때려치는 아주 악질적인 습관이 있어서 수입도 불안정하다. (지금 다니는 기업도 현타를 느낀다는 이유로 퇴사 예정이다) 고로 이것 역시 내세울 만한 게 못 된다.
마지막으로 성격을 본다. 개인적인 취향, 기호, 행동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까다롭고, 대중 문화와도 거리가 먼 편이다. 대인 관계도 마음에 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지만, 그렇지 않으면 처단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일반인들과 다른데, "정상인 것"과 "비정상인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어딜 가도 잘 적응하는 호감형은 내 기준에서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다.
어쨌든 이것저것 종합해보면 한 10점 만점에 5~6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일갈한 것처럼 성격이 가장 큰 하자일지도 모른다. 성격 때문에 다른 조건까지 깎아먹는 셈인데 성격이란 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개선시킬 의향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성격뿐만 아니라 내게 있는 다른 모든 결점들도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온통 결점투성이지만, 오히려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 덕분에 나만 가진 특유의 개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개성이라는 건 정량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고, 그 누구도 서로의 개성을 흉내낼 수는 없어서 더욱 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
그래서인가, 잘 짜여진 소설 각본처럼 탄탄대로의 삶을 사는 그런 잘난 사람보다는 일단 자기만의 개성과 철학이 확실한 사람이 좋다. 락밴드같이 화려하고 제멋대로인 양지형 개성보다는 음지형 개성이랄까, 고뇌와 우수로 가득 차 있고, 날카롭고 순수하며 때로는 병적인 수준으로 예민한 그런 개성이 특히 좋다. 어떤 쪽이든 개성이 강한 사람은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 , 만세에 귀감이 될 업적을 남긴다면 언젠가 반드시 고가에 낙찰이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로 엮일 생각은 없다.
결혼은 집안 대 집안 끼리의 만남이고,
어머니로서 가정을 지키는 책임까지 따라오기 때문이다.
결혼했을 때 얻는 장점이 크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면서 "진짜 어른"이 되고, "내 편"을 만들 수 있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커져가는 공허함을 자라나는 아이가 채워줄 수 있으니 그것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고 삶의 유일한 행복이다.
허나 나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비혼을 선언한 입장이었다. 몇 살에 결혼하고 싶냐는 과외 선생의 가벼운 질문에 "엄마처럼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서 결혼 안 할 거예요." 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그 나이 또래들이 봐서는 안 될 꼴을 많이 보았으니...
"지금이야 젊으니까 모르겠지만 나이 들면 몸 가누기도 힘들텐데 가족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겠니" 라는 조언도 들리는데, 음, 애초에 그 정도로 외로움을 느꼈다면 헐렁한 태도로 살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또 남편이라는 놈은 어디까지나 남의 편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타리 속에 묶어놓고 남편(남의 편) 따위로 격하시킬 이유도 없을 뿐더러,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팔자라,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아쉬울 건 없다.
남들이 뭐라고 떠들든 난 절대, 결코 결혼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러니까 어떤 인간이든 나한테 시집 가라고 하면 아가리에 재갈 물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