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2026.01.18
기 드 모파상 <벨 아미> - 아름다운 친구의 욕망을 긍정하다
벨 아미(Bel-Ami)는 주인공 뒤루아의 별명으로, 아름다운(Bel) 친구(Ami)라는 뜻이다.
뒤루아는 자신의 우아한 외모가 만인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까득거리며 사교계의 귀부인들에게 접근한다. 출세를 도와준 마들렌, 클로틸드 마렐, 왈테르 부인과 그의 딸내미에 이르기까지, 여인들과 교제하고 내치기를 반복한다.
마들렌의 경우 뒤루아의 친구 포레스티에의 아내였는데, 초반에 뒤루아가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가 남편이 죽고 난 뒤 뒤루아랑 재혼한 인물이다. 그는 그녀의 바람 현장을 검거하여 필요 이상의 공개 망신을 주는 내로남불 끝판왕 같은 짓을 한 뒤 왈테르 부인의 딸과 눈이 맞는다. (아주그냥 개판이 따로없다)
물론 난 마들렌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처럼 묘사되어 있어서 바람을 피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ㅋㅋ 어찌됐든 그는 주머니에 몇 푼 없던 그는 높은 직위를 보장받고 출세의 가도를 달리며 원하던 여자까지 얻었지만 왠지모를 공허함을 느끼며 종지부가 찍힌다.
중요한 것은 무식하다는 꼬리를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네. 교묘하게 처신해서 어려움에서 빠져나오고 장애물은 피해서 돌아가고 그 나머지 모르는 것들은 사전을 이용해서 남의 눈을 속이는 거지. 인간이란 거위처럼 어리석고 잉어처럼 무식한 법이네. - 포레스티에
각자가 자기 일만 생각하면 된다. 승리는 대담한 자에게 떨어지는 법이다. 모든 것이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야심과 부귀를 노리는 이기주의는 여자와 사랑을 뒤쫓는 이기주의보다는 낫다. - 뒤루아
...
속물 俗物 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알겠지만 본래 의미는 속된 물건이라는 뜻이다. 물건이 아닌 사람에게 쓰는 이유는 사람이 물건으로 전락할 정도로 유형적인 것들에 집착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 책에 나오는 뒤루아는 전형적인 속물이고, 그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틀림없이 많은 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원초적인 욕망에만 눈이 먼 자들은 자기 초월의 의지가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천박해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뒤루아 같은 인간이야말로 위선없는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우리가 악(惡)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관념에 집어넣은 모든 특성들을 긍정한다. 자연과 생태계 속에 이미 우리가 악하다고 인식하는 것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죄를 짓기 전에, 자연부터가 먼저 죄를 짓고 있다"라는 어떤 프랑스 작가의 어록처럼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구조를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속물이며,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 해가 뜨고 지는 자연스러운 현상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정도 차이일 뿐
또 명예욕, 권력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모든 영웅 신화들이나 문명 발전의 대서사가 남겨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목표를 성취하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또 그것을 인정받을 때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서사없는 소설이 읽기 편안하지만 마음 속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명예욕과 권력욕이 결여된 삶 역시 안온하기만 할 뿐 발전이 없어 무미건조할 것이다.
권력욕, 명예욕, 출세욕은 잘만 활용하면 바람직한 욕망으로 기능할 수 있고, 뒤루아는 한낱 나약한 개인에 불과함에도 치열한 노력과 권모술수에 따른 대가로 물질적 보상(돈과 명예와 권력)과 정신적 보상(부질없음의 진실)을 동시에 얻어낸 것이다.
뭐, 이래저래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