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2026.05.25
Eduardo Casanova <Pieles (피부)>
태호랑 놀러갔을 때 숙소에서 게임을 좀 하다가 <피부>라는 영화를 잠깐 봤다. 2017년 개봉된 스페인 영화고 원제는 Pieles, 한국말로 번역해서 피부라고 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사회가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밀려나 고립된 사람들의 욕망에 대한 주제인데, "평범하다"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인물들이 메인 테마로 등장한다고 해서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태호는 감독의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있다고 이야기했다. 신체적으로 기형의 인물들을 연달아 보여주며 냅다 불쾌감을 느끼도록 하고, 그 불쾌감으로 말미암아 평소 가졌던 편견이 있으면 극복하라는 뜻이 지나치게 선명하다는 말이었다. 하여, 우리는 도중에 화면을 꺼버렸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나머지 분량을 감상했다.
나야 딱히 어떤 메시지보단 그저 생각없이 노골적으로 감상할 목적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먼저 보자고 제안한 영화라서 뭔가 변태적인 성향을 내보인 것 같아 약간 부끄러워졌고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분명 오해지만 무어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머쓱)
영화를 보며 현실에 존재할 법한 흉측한 기형아를 떠올려봤다. 그는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지고 팔과 다리가 정상적인 위치에 붙어있지 않는 장애인이다. 그에게는 가벼운 동정과 연민 그리고 손가락질이 일상이다. 정치인들은 그를 앞세워 표팔이를 하고, 성직자들은 그를 앉혀놓고 신의 은총을 설파하며, 지식인들은 그를 모델로 자신의 거창한 연구 이론을 뽐낼 뿐이다. 그의 처지를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다가오지만 그들 역시 눈물 몇 방울 찔끔 흘리고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한다.
그는 남들 다 하는 학업, 취업, 연애는 물론이고 일체의 정싱적인 대인 관계를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그가 쟁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무의식 한 켠에는 "나는 이렇게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일말의 안도감이 있으니 그 누가 이 불쌍한 장애인을 구원해줄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위선의 끝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여하간 태호의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 관객이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자기 의도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연출이 주도면밀하지 못했던 것도 살짝 아쉬웠다. 또 본연의 의도와는 달리 신체적 기형이 있는 사람들을 기괴한 볼거리로 소비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들었다.
열외로, 이 감독의 영화는 분홍색, 보라색 계열의 강한 색채랑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온 듯한 세트가 개인적으로 매력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