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2026.08.08
어떤 비참한 생각
한때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이성에 대해 "따먹는다" "맛있겠다" "박고싶다"처럼 원색적인 이야기도 망설이지 않았던, 그야말로 미친 놈이었다. 남성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이런 말들이 거리낌 없이 오갈 때가 있다는데, 가끔씩 저런 식으로 스스럼없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바람에 대화할 때마다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
어디 가서 그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면 아마 열이면 열 윤리 의식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사회의 질서와 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인내심과 절제력도 강하고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한마디로 선량하다면 선량했지 더럽고 야만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 창에서 여성을 따먹는다고 일컫는 사람들도 실제로 알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 불과할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 자신을 남성으로 정해놓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 그저 태어나고 보니 XY 염색체로 이루어진 몸이라서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귀고 싶고, 섹스를 하고 싶어졌을 뿐이며 이것은 이미 결정된 운명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또 이런 성 충동은 보편적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 충동적이다. 아무리 고상하고 준엄해도, 문학적으로 번지르르한 글로 감춰도,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도 이따금씩 자기 아랫도리에 달려있는 흉폭한 물건을 무분별하게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내가 남성이었어도 이런 욕망을 갖지 않았을 것인가? 또 그것을 정신병 취급하고 제거하려 했을까? 내 성격대로라면 그런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짜증스러워서 어떻게 좀 도려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충동은 지울 수도 없고 해소할 수도 없다. 인간의 본능에 폭력성이 도사리는 걸 누구나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폭력이 용인되지 못하는 것처럼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적 충동을 마음껏 풀어놓는다면 타인의 자유와 존엄성이 파괴될 것이며 사회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비참한 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인간 모두다. 그러나 무릇 대부분의 진실이 그러하듯 이런 얘기는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