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2026.09.27
어느 날 단테 누나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아까 아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했지? 내가 굶주린 건 음식이 아니야. 사람의 사랑이지." - 기시 유스케 <가을비 이야기>
난 도덕론자들, 위선자들, 자기 합리화의 화신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금기를 깨는 데 재미를 느껴. 스토아적인 금욕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그런 사람들의 똥고집을 무너뜨리는 건 정말 짜릿한 일이야. 물론 적당한 수준에 국한되어 있지. 아무 죄없는 이들에게까지 감정적으로 칼을 휘두르거나 아픈 곳을 찔러서 상처를 덧내고 싶진 않으니까.
내 성격이 이런 식으로 비뚤어진 건... 뭐....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살면서 충분히 따뜻한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없기 때문일거야.
사실 사랑받지 못했다 라는 표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우리 부모님은 저들 나름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셨고, 수많은 친구들도 그들 나름대로 내게 우정을 보여주었으니까.
하지만 과거의 인간 관계를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었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관심이 없었어. 수요랑 공급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랄까, 한마디로 사랑을 아예 받지 못한 건 아니지만, 내가 열렬하게 갈구했던 사랑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줄곧 욕구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힌두교의 마야, 황무지 속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이지.
그래,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몰라. 맨날 되풀이하는 지루한 궤변일지도 모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내면의 아픔 하나쯤 품고 있을 테니.
스위치 켜면 존나 웃긴 떡밥들이 줄줄이 흘러나와도 항우울제 없이는 좀비가 되는 놈들도 있고, 어떻게든 웃으면서 유리 멘탈을 유지하다가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와장창 무너지는 놈들도 있을거야.
뭐 그건 그네들 사정이고 내 알 바는 아니야. 근데 단 한 번도 사랑 받는다고 느끼지 못했던 인간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아끼고, 그 자체로 존중하고 깊게 사랑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저 내가 원하는 범위 만큼만 소극적으로 쟁취하고, 언젠가 시간 속에 녹아 없어질 애정이나 감정이나 등가교환하며 그저 그런 마음으로 사랑하는 척 하는 건 기만이 아닐까?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음......
사랑이라는 게 신경병리학적으로 보면, 도파민의 폭주로 이성이 마비되는 기작인데, 한마디로 뇌가 잠시 맛이 간 상태잖아.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두뇌가 마치 마약 중독 상태에 빠진 인간들의 두뇌 영역과 비슷하다는 미국 신경과자 연구도 있다더라. (궁금하면 나보다 명석한 Perplexity에게 물어보도록 해)
모르겠어. 설레이는 감정이 잔존하지만,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해소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오는 욕구 불만이 교차되는 게 진짜 사랑인지 내 호기심에 대한 집착인지 그냥 인간으로서의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난 누군가에게 직접 "사랑한다"라고 한 적도 사실 없어. 물론 강아지에게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만, 그건 평생을 함께 보낼 강아지고 오로지 나에게만 의존하는 생명체니까 그런 거고, 언젠가 헤어져서 남이 될 놈에게, 언젠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헤픈 놈들에게 귀한 사랑을 맹세하는 건 몸을 파는 창녀짓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큰 정신적 죄악일 거야.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만큼은 아껴두었다 깊은 진심에서 우러나올 때 하고 싶은데, 사실 내가 그를 정말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갖다 붙여놓은 껍데기 변명인지도 ㅋ ㅋ
결국은 뒤틀린 내 무의식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겠지.
아하하, 그러니까, 그냥 나 따위야 그냥 물고기밥에 불과할 뿐인데, 무슨놈의 씨발 사랑 운운하고 옘병을 떨고 앉아 있냐는 말을 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