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2026.10.16
잡다한 생각 정리
1. 이 블로그를 다시보니 뭔가 꿈의 세계를 수시로 드나드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공간과 흡사하단 느낌을 받았다. 글에 일정한 주제가 없고, 흐름도 끊어져 있어서 일관성도 없다. 또 하나의 주제가 수많은 가닥으로 분열된 이상한 글도 보인다.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의 대상없는 환영인 채 사라져버릴 것들이지만 그걸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은 것이다. 내 존재에 의해 떠다니던 모든 생각들은 내가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다른 사람들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기야 하겠지만..
2. 아주 어릴 적 방에서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절망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내 중얼거림은 마치 백화점 진열대 구석에 방치된 인형의 혼잣말에 불과했다. 그 순간 나로서는 이해받지 못한 것은 물론,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이 세계에서 철저하게 홀로 존재한는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부모와의 심리적 단절, 어린 아이에게 있어 그것은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부정당하는 경험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난 결국 사랑과 호의에 서투른 차가운 개인주의자가 되었다.
3.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나 큰 사건, 사고에 휘말렸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자살하고 싶을 만큼 인생에서 힘든 경험을 거쳤고, 더이상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간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연이 낳은 피해자요, 부조리의 극한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누구의 현학적인 주둥아리로도 이러한 부조리를 해결할 수 없다.
4.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강렬한 기억도 중요한 것 같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자극적이고 강력할수록 더욱 큰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골의 오지에서 밭을 일구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평생을 지닌 농부의 삶이, 특정 개인에게 가치가 있는 삶으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고귀하다기보다는 추하고 의미없는 광경일 뿐이며, 그저 하나의 법칙 속에서 무한 되풀이될 뿐이다. 그보다는 삶에서 어떤 리스크를 무릅쓰고, 무소의 뿔처럼 강한 신념으로 어떤 것을 밀어 붙이며 모험을 택한 삶들이 더 가치있는 삶으로 인식될 것이다.5. 작가, 배우, 영화감독, 가수, 패션 디자이너와 같이 창작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이유는 그들이 명문대가 주는 가치 따위는 씹어먹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창작의 영역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곧 브랜드다.
6. 사주쟁이의 요설에 따르면, 내 사주의 경우 내년 초반까지 기운이 불리하다. 나는 오행 중에서 수 일간이고, 주변에 불 글자만 다섯 개이기 때문에 같은 기운인 물이 필요한데, 작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화 기운이 세게 들어오기 때문에 죄다 증발하게 생긴 것이다. 이런 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난 이런 말에서 균형과 조화의 지혜를 취하고 싶다. 부처의 중도, 공자의 중용, 노자의 무위사상은 어떤 것이든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과한 부분은 잠재워야 한다는, 그런 절충론의 형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