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2026.10.14
체호프 단편 <아내> - 타인을 도움으로써 욕망을 충족하는 심리
우리는 정말 타인을 돕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타인을 돕는 자신을 선인으로 믿고 싶은 것일까?
타인을 돕는 행위는 배려니 사회니 운운하기 이전에 생물학적 현상이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순수하고 이타적인 일이라기보단 종의 유지를 위한 본능 내지는 자기 만족에 가까운 것이다. 한마디로 이기주의의 연장선에 놓인, 궁극의 자아 실현이랄까.
좀 세게 말하자. 타인을 돕는 걸 즐기는 심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이타적인 존재로 믿고 싶은 노골적인 위선이 깔려있다. 타인에게 도움 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도 유익한 존재가 되었다는 감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종교적 원칙을 실현할 수도 있고, 사회적인 평판도 덩달아 좋아지는 일석삼조의 득이 따르니, 정신적인 포만감에 중독이 되어서 선순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나 역시 그런 면이 있어서 아주 자알~안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기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있어 이타주의란 뚜렷한 실체다. 확신범이 따로없다. 그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곧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젠 아주 지겹네! 그놈들은 불평밖에 모르지. 배고픈 자는 배부른 자를 원망하고, 빵을 가진 자는 굶주린 자에게 모욕을 당하고, 기근은 사람을 미치게 하고 어리석게 만들어서, 결국은 사람이 사나워져. 굶주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굶주리면 험악한 말을 함부로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짓도 서슴치 않아.
-결국, 난 대체 뭘 그리 걱정한 거지? 나비가 불빛을 향해 달려들듯이 내가 굶주리는 자들에게 향하도록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들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잖아. 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불편해한 걸까?
- 무질서한 광경도, 악의적인 소문도, 주변 사람들의 실수도, 다가오는 노년도, 그 어떤 것도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녀도 병사들은 자기 일을 이야기하고 식사를 하고 군화를 닦듯이, 나 역시 굶주리는 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평화롭게 잠들고 내 일을 해나가고 있다.
- 집과 마당, 그리고 집 주변에서 소볼이 <자선 난장 파티>라고 부르는 모임이 한창이다. 아내가 종종 나에게 와서 <자기 인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굶주린 사람에게 더 줄 것이 없는지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려 덕분에 얼마 안 가 재산이 바닥나고 우리는 가난해지겠지만 그래도 불안하지 않다. 나는 아내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