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2026.10.17
술이 열어주는 감각에 대하여
오늘도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술로 피를 더럽히며 기분 나쁜 몽롱함에 빠져 사는 게 요즘 즐기고 있는 천박한 취미다. 특히나 나는 소위 말하는 알콜 쓰레기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맥주만 마셔도 하늘이 돌아가고 속이 메스꺼워진다.
술에 취해 흔들리는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마치 언젠간 깨어날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푸들을 끌어안고 잠시 누웠다. 그러고는 마치 길거리의 돌멩이처럼 의미 불명의 상태로 내던져진 듯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기엔 해가 뜨고 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 현실이야말로 무간지옥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빠져나갈 길도 없다. 종교에서 `지옥'이라고 부르는 곳, 견디기 어려운 감정적 고통을 체험하는 곳이 현실이라는 사실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그런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단 한 발짝만 떨어지게 만들어주는 것이 술이다.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온갖 잡념과 집착들을 망설임 없이 내려놓고 그것들이 내 손아귀를 떠나서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것, 그저 그렇게 물 흐르고 바람 불듯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술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술을 마시는 행위는 도파민 파티가 아니다. 무책임한 방종도, 현실 도피도 아니다. 책임 없는 쾌락도 아니다. 술이 깨고 난 다음에는 솔직함의 무게를 짊어질 것이고, 건강했던 몸도 무너져 파멸함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게 될 테니까.
또한 음주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무서운 진실 역시 알콜 중독자 딸로서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안다. 아무래도 어둡고 우울한 측면들은 대부분 모친보다는 부친 쪽으로부터 대물림된 것이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술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절하게 파괴하는지 잘 알기에, 나는 부친의 길을 따라 걷는다. 철저한 조롱감이 되어도 좋다. 주정뱅이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아 그냥 또 취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취한 상태로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