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2026.10.23
단테 누나가 말합나다
인간은 참 연약한 생명체입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습니다.
다른 동물과 식물의 시체를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추위를 막을 옷과 집이 없어도 죽습니다.
하루만 안 씻어도 냄새가 나고,
며칠만 방치해도 집이 금방 쓰레기장이 됩니다.
그뿐인가요.
주변 인간들에게 충분히 이해를 받지 못하면
성격이 점점 히스테리컬하게 비틀어지다가
결국엔 온갖 종류의 정신병자가 되고 맙니다.
정말 고양이나 강아지와 다를 게 없습니다.
인간도 다른 존재에게 관심과 사랑을 구걸하니까요.
그러니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SNS와 영상들을 미친 듯이 들여다보는 겁니다.
자기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려고요.
아무리 무자비하고 냉혹한 인간이라도
가슴 밑바닥에서는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죠.
'인간'이라 불리는 이 작고, 연약하고, 오만하고, 멍청한 생명 집단.
붓다는 이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서로 죽이고 짓밟습니다.
그런데 붓다의 눈에 이들은
극악무도한 아귀가 아니라
마음이 병든 어린 아이들이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인류는 병든 아이들의 집단입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지브리 애니들을 보면 이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이 병든 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의 사막 한복판에서,
인간은 미련하게 오아시스를 찾아 헤맵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지 않을까
기적 같은 행운이 벌어지지 않을까,
어떻게는 잘 풀리지 않을까,
마음 한구석에 그런 기대를 품고서요.
하지만 그런 기적은 피 터지는 노력 없이는 거의 안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을 깨닫고 또 절망 속에 꼴아박히죠.
그럼,
그런 기적을 찾아다니기 전에
우리가 먼저 기적을 만들어봅시다.
물 한 모금 없는 이 사막에
사랑을 들이부읍시다.
열정을 들이부읍시다.
만나는 놈마다 사랑하고,
매일 하는 일마다 미친 듯이 열정을 쏟읍시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내가 머무르는 작은 공간에서만큼은
사랑을, 열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읍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버려진 자들의 사막에도
오아시스 하나쯤은 생길지 모릅니다.
이 얼어붙은 세상에도
한 줄기 빛이 꽂혀 내려올지 모릅니다.
2500년대의 인류는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소리없이 쌓아 올린 이 발버둥에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아, 그런데.
누구보다 복잡하고 모순덩어리인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인간이 지긋지긋하게 싫습니다.
.그들의 내면이 너무나도 혐오스럽습니다.
인류라는 해충들을 싹 쓸어버리고 싶습니다.
특히 나를 화나게 하거나,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녀석들만큼은
머리털 한 올 남김없이 제거해버릴 겁니다.
그것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습니다.
이렇게 모순된 생각들이 내 안에서 피 튀기게 싸우는데도,
나는 여전히 바랍니다.
증오보다 사랑이,
슬픔보다 열정이
내 삶을 지배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