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2026.09.29
트랜지스터에 대한 단상
나는 랩탑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랩탑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는 볼 수 없다. 잘 와닿지 않지만, 스마트폰 화면, 인터넷, 인공지능 등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트랜지스터들의 집합 위에 세워져 있다.
트랜지스터는 1947년 존 바딘(John Bardeen), 월터 브래튼(Walter Brattain),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라는 인물들이 만들어냈다. 당시 전자기기와 통신 시스템에서는 진공관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진공관은 전기를 너무 많이 먹고 열이 잘 오르는데다 쉽게 고장나는 골치아픈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전화 통신에서 특히 골머리를 때렸는데, 통신망이 커질수록 더 많은 증폭 장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Bell Labs의 연구자들은 (기존의 진공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동시에) 더 작고 효율적인 전자소자를 찾기 위해 반도체의 특성을 연구했다.
여하간 트랜지스터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이 공로로 세 사람은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후 집적회로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폰이 점차 소형화된 건데, 이러한 일련의 발전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아직도 집채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쓰면서 공간을 낭비해야 했을 것이다.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자 소자들 만드는 것이 당시 이들의 목표였을 뿐, 처음부터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 스마트폰과 AI의 등장을 예측했던 건 아니다. 또 이들이 트랜지스터의 원리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과 양자역학적 현상은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자연에 있었고, 몇몇 두뇌가 명석한 자들이 어떤 계기로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즉,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고, 이런 식으로 전자기기 부품 하나하나에 인간이 수십 년 간 축적해온 집단 지성이 연결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