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2026.10.16
Beyond Perfection
완벽주의자 단테누나의 함정
나는 시간 약속 같은 걸 잘 못 지키는 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껏 뭔가를 제시간에 마친 경험이 별로 없던 것 같다.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꼭 5분~10분씩 늦고 이 때문에 종종 비난을 받았으며 뼈저린 자책과 분노, 후회에 강제로 잠식당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도 약속된 시간에 살짝 늦은 감이 있어 부리나케 뛰었더니 부상당한 왼쪽 발목에 뻐근한 통증이 있다.
내가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코 게을러서가 아니다. 오히려 완벽주의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넘어갈 법한 일도 그저 그렇게 훌러덩 넘겨 보리면 뒤끝이 개운하지가 않아서, 그 일을 끝까지 완수하거나 나름의 결론을 정하지 못하면 다음 일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정말 중요한 일을 시작하지 못할 때가 가끔씩 있는 것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다보니 도리어 더 엉망이 되고마는 것도 많지만, 항상 빈틈없는 결과물을 원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약간 나은 정도로는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마음 평안할 날도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통 알코올, 니코틴, 도박, 게임에 도파민 중독이 되고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에 집착하게 된다면, 나의 경우 완벽을 향한 갈망,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집착이 아닐까 싶다. 완벽한 자아, 완벽한 직업, 완벽한 친구, 완벽한 애인, 완벽한 일상, 그리고 완벽한 감정!
하지만 어디 이 지상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현실도, 사람도 죄다 시궁창이다. 나 역시 술에 취해 구토와 설사 등 온갖 생리 현상을 겪으면서 깔끔함을 흉내내고, 오염된 생각의 덩어리에 잠식되어 있으면서 현명함을 원하고, 이음새가 잘 마감되지 않은 광대뼈를 갖고 있으면서 아름다운 미모를 원한다.
테트리스가 맞물리듯 딱 떨어지는 완벽, 그런 불가능한 완벽에 집착할수록 사고의 크기가 작아지고 의식의 범위가 한정되며 가능성도 제한되는 법이니, 인간이라면 집착을 죄악으로, 무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하는 법이거늘, 난 언제쯤 철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