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2026.05.22
내가 처한 현실과는 별개로 이상은 확실히 거대했다
연애에 대한 이상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형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그 조건에 잘 맞는 이성을 골라서 연애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거기다 나는 희대의 양성애자 기질도 있다. 동성에 대한 매력과 이성에 대한 매력을 따로따로 분리하여 느낄 수 있다. 전체 인류 중 양성애자는 5% 미만으로 추산된다는 통계 결과를 어디서 봤는데, 양성 모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드러냈을 때 다수파로부터 매장을 당하기 십상이라 현실에서는 이에 대해 함구하는 편이다.
하여, 사랑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호기심을 갖고 때로는 긴장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들 중 하나를 골라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과 흥미진진해하는 모습을 똑같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관찰하는 편이 내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이다.
때로는 그런 식상하고 고전적인 풍경이 끝도 없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데에 소름이 끼칠 때도 있었다. 그들이 갖는 호기심과 내가 갖는 호기심은 무어라 짚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다른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