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2026.05.07
아주 오래 전부터 이해가 안 되는 부분
과거 어느 시점에 누군가와 귓속말로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고, 서로의 육신을 더듬거리고, 뭣 때문에 틀어져서 이별하고, 원망과 자책과 후회를 하고, 그렇다 어느 순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꽁냥대고, 마치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이전 애인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 숱한 관계를 거쳐오며 학습된 산물에 불과하다. 몇 번 붕가붕가 짓하고 돌아서는 사마귀 꼴이다. 지금 상대를 섹스 파트너로 삼고 싶은 걸 사랑이라는 포장지로 덧씌우고, 서로의 정체성을 손상시키는 짓이다.
어차피 인간이란 완벽하지 못하고, 처음에 좋았던 사람도 몇 개월만 지나면 예전의 감정은 이미 많이 희석된 채다. 누군가와 교제하고 있더라도 다른 이성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것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매력있어 보이는 사람들 있으면 슬그머니 끌리게 될 걸 어쭙잖은 도덕관념으로 내리누르고 있는거들 아닌가? 이따위 식의, 좁쌀 만큼의 중요성도 없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난 그럼 얼마나 깨끗하고 청렴한 순애보란 말인가?
벌써 5년 정도 지난 일인 것 같은데, 40대 아저씨의 얼척없는 찝적거림 때문에 인간으로서 모멸감, 치욕스러움이 떠오른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무 예쁘다" "귀엽다"였다. (씨발 끔찍하다)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나라는 존재는 결국 남성들 앞에 서면 성적으로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고, 성적 매력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가벼운 성욕 해소 대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절망스럽고, 동성 친구들 중에서 그 누구도 이 심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더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솔직히 써보자면.... 태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건 좋지만, 단지 외모로서, 이성으로서만 사랑받기보다는 내 자아를 인정 받고싶은 마음이 좀 더 크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태호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 만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성이기 때문이니까.
현재 상태의 있는 나를 그대로 좋아해달라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온갖 결핍과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 몫을 그에게 감당하길 바랄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이런 결함을 극복하고, 변화하며 나아져 가는 모습 그 자체를 인정받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