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2026.03.22
태호는 왜 자꾸 내 외모만 칭찬하는 걸까
왜 쳐다보냐고 물으면 "예뻐서"라는 대답이 팔할 이상인 태호....
태호의 이상형은 예쁘고 지혜로운 자라고 했다. 얼굴이 예쁘기만 하면 헥헥 헉헉 뿅가는 젊은이들보다 아저씨다운 마인드셋이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의 이상형은 나라고 한다 - 나는 그의 말을 99.9%까지만 신뢰하기로 했다)
만일 예쁘고 지혜로운 인간이 있다면 필시 완전 범죄를 계획한 사기꾼이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또 외모와 지성 모두가 완벽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거나 순진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설령 예쁘고 지혜로운 인간이 존재한다 손치자, 우리는 외모를 초월해서 속사람을 볼 수 있는가? 그런 안목이 우리네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는 말인가? 외모는 과연 정신 우월주의자들이 흔하게 떠드는 것처럼 껍데기에 불과할 뿐인가? 아니다. 외모는 우리가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견고한 실재의 대상이다. 눈이 날카로운 사람은 물체를 날카롭게 볼 것이고, 코가 오똑한 사람은 자존심이 셀 것이며, 입이 큰 사람은 주장이 뚜렷할 것이다.
물론 외모로 상대를 평가하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이런 생각은 못생긴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신이라는 빌어먹을 새끼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신을 탓하겠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피조물로서 신을 저주하는 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신이라는 새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걸 누굴 탓할 수도 없으니 불합리할 이유조차 없다.
어쨌든 우리는 정보를 본능적으로 느끼며 상대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한다. 따라서 나더러 예쁘다고 호감을 표현했던 태호는 분명 눈알이 맛이 간 바보임이 틀림없었지만 나는 괜한 쑥스러움에 한껏 낙천적인 척 웃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