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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음악 속에는 어떤 신비가 존재할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모든 예술 중 으뜸으로 쳤다. 다른 예술은 현실의 모방(그림, 글 등)에 불과하지만, 음악은 삶을 향한 의지 그 자체를 직접 표현한다고 본 것이다.
나 역시 좋아하는 음악의 환희에 취할 때면 (아주 찰나의 순간이긴 하지만) 이상이 완전히 구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매일 좆같고 비루한 일상을 지내도,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의미"로 충만한 웅장하고 거대한 세계가 구현된다. 그 음악이 신나는 케이팝 클럽 음악이든, 클래식이든, 슬픈 발라드 곡이든 말이다.
음악에 어떤 신비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특수한 비일상적 의식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알기로 좋아하는 음악이 절정에 다다를 때 소름이나 전율을 느끼는 이유는 막대한 양의 도파민이 분출되기 때문이다. 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식욕이나 성욕을 충족했을 때와 유사한 쾌감인데, 그 쾌감의 근원이 음악, 즉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소리 파동이라는 점에서 마치 정신적 고양감을 동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소리의 본질이 파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음악은 화음과 멜로디에 따라 음파와 주파수가 결정되고, 박자에 따라 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결정된다. 그래서 1970년대에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의 공통점 내지는 다른 음악과 구별되는 특징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고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주파수 변화를 분석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곡의 주요 특징을 객관화할 수 있고,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하여 보다 거대한 음반 시장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심 있었겠지만, 여기에 신비주의적인 해석을 좀 보태자면, 누군가의 정신이 그 파동에 공명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추구하는 어떤 종류의 정신적 감각의 실체와 화음을 이루고, 그 느낌 때문에 마치 진정한 자아를 찾은 것처럼 들뜰 수 있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음정폭이 어느정도 일관적이되 약간의 변주를 덧붙인 음악이 좋다. 물론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개인적으로 얼굴 마담들이 부르는 아이돌 음악은 별로라는 느낌을 갖고있다. 어떻게 오늘날의 랩과 힙합 따위의 음악이, 술과 마약과 섹스가 주제인 오늘날의 아이돌 음악이랑 서정적이고 낭만있는 70-80년대 음악이랑 어떻게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있는가?
쉽게 말해서 유행가란 전혀 우리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지 못한 음악이란 말입니다. 그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원시적인 감정이나 기분밖에 없는 음악이에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는 영혼의 속삭임과 숨결.... 또는 인간의 운명이나 투쟁과 같은 그런 치열한 것들을 우리들은 얼마든지 경험할 수가 있어요..... - 이청준 단편 <젊은 날의 이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