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2026.05.03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생각
얼마 전에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친 소설 <금각사>를 읽었다. 한 인간에 대한 섬세하고 디테일한 심리 묘사에 놀랐고, 평소에 무심하게 넘어갔을 법한 사물 광적으로 탐닉하는 모습에도 섬칫했다. 일본 근대 문학 중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소설이었다. 물론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묘사하는데만 그칠 뿐, 그 감정을 깊게 성찰하여 사상을 전환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건 감상적인 동양인들의 특성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 어째서 노출된 창자는 처참한 것일까? 어째서 인간의 내부를 보면 끔찍해서 눈을 가려야만 하는가? 어째서 피의 흐름이 사람에게 충격을 줄까? 어째서 인간의 내장이 추한 것일까? 그것은 매끄럽고 젊음에 넘치는 피부의 아름다움과 완전히 동질의 것이 아닌가? - <금각사> 中
미시마 유키오는 <가면>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다. 천황제를 부르며 할복 자살을 한 정신나간 우파로도 유명하다. 난 처음에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 자살을 1년동안 치밀하게 준비하고 만인 앞에서 자신의 죽음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는 것이 일종의 연극성 인격장애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근대 일본에는 죽음을 미화하고 자살을 예찬하는 괴이함도 있었고, 모든 인간 행동의 배후는 자기 존재감 표출에서 유래하며, 할복 자살 역시 본인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상징적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그의 할복 자살은 단순히 광기어린 일본인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극단적인 정신적 변천 과정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정말이지, 완전함을 너무나도 갈구했던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도쿄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등문관 시험에 합격하며 엘리스 코스를 밟고, 베스트셀러를 쓰는 등 촉망받는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에 열중하며 몸을 키우고, 대의민주주의제를 동경하며 민중들과 궐기를 일으키다 마침내 자기 완성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한 것 같다. 육체의 덧없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극복한 것이고, 그것이 그가 추구하던 미의식이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삶이 내게 교훈을 주는 것이 있다면 딱 한 가지다. 양극단에 달하는 삶보다는 어느정도 균형잡힌 삶이 더욱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좋게 말하면 "적당히"지만 "무난하게" "평범하게"라는 말로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삶. 난 여전히 철이 덜 들어서 뭐든지 적당히 대충 갈무리짓는 걸 꺼리고, 무슨 생각이든지 결론을 내려서 매듭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골몰하고 한 번 시작한 생각은 끝까지 탐닉 비실존적인 공상은 사실 병약한 정신의 파생일지도 모른다.
완벽해지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남들 으레 다 하는 겉치레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진리를 찾고자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 진실이라는 게 반드시 사랑과 기쁨, 행복으로 충만하다는 법은 없다. 생명의 근원이 악 惡의 속성이라도 같잖은 도덕이나 종교로 반론하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묵묵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진리라면 말이다.
오늘도 해답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