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2026.04.28
자살예찬
몹시 피곤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 힘이 없을 정도로 피곤하다.
또 우울하다. 밥을 먹어도 종이를 씹는 것 같다.
태호는 그냥 죽을라고 라고 말했다.
그냥 죽겠다고 한다.
그냥....?
어, 그래, 잠시 잊고 있었지만 넌 우울증 환자였지. 넌 늘 익숙한 무기력을 술담배로 때우고, 술 때문에 더 무기력해지고, 그 무기력 때문에 더욱 더 우울해지고, 그렇게 밑도끝도 없는 처절한 절망감과 고독 속에 빠져서 사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정신병자였지. 넌 어차피 이 세계랑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이었지.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가 잊고 있었네. 근데 나는 봤어. 네가 어둠속에 꽁꽁 감춰둔 삶에 대한 욕망을 난 언뜻 보고 말았지.
나 역시 불면증을 독서로 달래며 어설프게 남들 행복이나 흉내내봤자 더 비참해질 뿐이니, 아싸리 자살하는 게 나을거야. 죽음이 곧 평안일테야. 목표를 정해서 이루는 다 애먼 욕심이고, 헛되고 공허한 일이라는 거 알아. 노인이 되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보단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추락하는 게 덜 비참할거야. 그리고 내 죽음에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또 누군가는 조롱하며 낄낄대겠지.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들이 아닌가? 내가 당장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굶주리고 박해받는 자들을 봐도 동정심을 못 느끼는 게 솔직한 본성이지. 그리고 그 본연의 이기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늘 문제를 일으키는 법이니.
그래서 나랑 같이 죽자고 했더니, 그런데 또 갑자기 살겠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할걸, 죽는다는 말을 그리도 쉽게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뭐 사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도 아니고.
난 죽음을 받아들일래. 이 세계의 온갖 소란스러움과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기에 나라는 개인은 너무 무력하고 나약하니까. 그리고 한번 태어난 생명은 언젠가 죽으며, 누군가 죽으면 또 누군가가 태어나겠지. 삶이든 죽음이든, 그리 특별할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