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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멕시코 북부의 마약 카르텔 다큐를 보고
어쩌다 유튜브에서 멕시코 북부의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멕시코에 가본 적은 없지만, 수도인 멕시코 시티나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은 영어도 잘 통하고 여행객들이 많아 안전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중동의 IS 조직을 가히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의 빈부격차와 갈등, 인구 감소 같은 사회 문제도 심각하지만 멕시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큐에서 본 사례만 해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테니, 꼭 멕시코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얼마만큼 끔찍하고 악마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만물 박사도 부처도 AI도 모두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문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공권력 때문인데, 이것도 결국 따지고보면 가난과 굶주림이 제 1원인이다.
멕시코는 경제난 때문에 복지 체계가 엉망이고 장병들에 대한 대우도 형편없는 국가다.
군대에서 정식적으로 훈련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봉급만으로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우니 먹고 살기 위해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들어가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과 유착 관계도 맺으며 조직의 배를 불려주니 개좆같은 치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카르텔과 유대 관계를 맺지 않은 정치인들은 소리 소문없이 납치되어 사라지며,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진실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협박을 일삼는 게 현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갓 파더라고 불리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창시자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드로도 원래 사법부 연방 경찰 요원이었지만 1980년대 과달라하라 카르텔을 만들었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하는 대부분의 밀매 사업을 주물렀다.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 루트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멕시코를 통한 육상 루트를 제공한 것이다 (두둑하게 불린 돈에서 일부를 기부하거나 병원을 설립하는 등 선행을 보여서 환심을 샀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이다)
그러보고니 예전에 스너프 필름에서 전기톱으로 인질의 목을 자르던 모습이 생각났는데, 전기톱을 들고 있던 자가 멕시코의 마약 범죄 요원이었다. 그 요원은 다른 영상에서 아버지의 목을 동강내서 아들에게 보여준 뒤, 같은 칼로 아들의 심장을 꺼내서 그의 얼굴에 던진다. 심장은 검붉게 물들어서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목을 썰면서 죄책감은커녕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모습이 마치 내가 평소에 모기를 죽이는 것과 전혀 다름없어 보였다. ㅁㅊ...
인간이 얼마나 잔인무도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한국 사회는 법이라는 게 있고, 비록 하찮은 수준이라도 예의와 상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멕시코 마약 조직원들 앞에서 예의는커녕 정의나 권선징악 따위의 교훈도 니미 뽕 취급 받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잃을 게 없는 빈민들이고, 법을 지키나 지키지 않으나 손해보는 것이 없으니까 마음 놓고 막나가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이 문제를 멕시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방법도 요원해 보인다. 공권력의 근간을 세우기에는 국력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 1세계의 초강대국이 내정 개입해서 조직을 통째로 박살내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기득권층들이 뭣하러 멕시코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는가? 무기 밀매로 돈을 버는 것처럼 마약 유통을 통해서도 이권을 취하는 게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 기업들이 범죄 조직의 돈세탁에 얽혀 있고 미국도 마약 소비량이 상당하니,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이 그 배후에 자리하지 않을리가 없다. 북한, 이란, 심지어 소말리아 해적 카르텔까지 온갖 나쁜 놈들이 애용하는 은행에서 달러 자금이 오가는 것을 보면 현실적으로 초강대국이 단번에 박살내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마약 카르텔에 맞서 싸우려는 소수의 정치인들이나 그들의 행패를 까발리는 저널리스트 같은 사람들도 모두 납치당했고, 고문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게 현실이니, 이런 식으로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끔찍하게 희생 당하는 무고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어찌할 것인가?
한 사람을 죽이면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펜으로 수천 만 명을 죽인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물진 않는다는 누군가의 어록이 떠오른다.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와 비극들로 가득하고, 그 어떤 사람이라도 빌어먹을 자연의 무작위적인 인과율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그 어떤 철학이나 종교나 문학에서도 왜 이렇게 인간 사회가 엉망진창인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