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2026.08.04
나는 과연 잠든 삶을 살고 있는가?
밀란 쿤데라 <삶은 다른 곳에> 추출
- 그는 침대에 누워 절망에 잠겼다. 하지만 잃어버린 기회보다 그를 더 괴롭게 한 건 자신의 소심함, 유약함이었고, 또 바보같이 가슴이 쿵쾅거려 기민하게 머리를 쓰지 못하고 모든 걸 망쳐 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느껴지는 절망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격렬한 혐오감을 느꼈다. 이 혐오감을 어찌할 것인가? 혐오감은 슬픔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정반대이기까지 하다.
- 깨어서 생활할 힘을 잠에서 길어 내기 위해 자는 것이 아니다. 일 년에 삼백예순다섯 번 완수되는 이 깨어있음 ㅡ 잠이라는 시계추의 단조로운 움직임을 그는 모른다. 잠은 그에게 삶의 반대가 아니다. 잠은 그에게 삶이고 삶은 꿈이다. 그는 어떤 삶에서 다른 삶으로 옮겨 가듯 이 꿈에서 저 꿈으로 옮겨 간다. - 밀란 쿤데라 <삶은 다른 곳에>
- 자비에는 때가 탄 긴 실처럼 탄생에서 죽음까지 이어지는 단일한 삶을 갈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잤다. 이 삶 ㅡ 잠 속에서 그는 이 꿈에서 저 꿈으로 건너뛰어 다녔다. 그는 꿈꾸었고, 꿈꾸면서 잠들었고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꿨는데, 그래서 그의 꿈은 마치 상자 안에 다른 상자가 들어가고 그 안에 또 다른 상자, 그 안에 또 다른 상자가 들어가는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상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