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2026.09.24
이청준 <마기의 죽음>처럼 나도 죽음을 맞이하리
주인공 마기는 가상의 통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사회적으로 금지된 책을 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며 세계를 이해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모두가 비슷한 공산품(工産品) 시대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주어진 것만 받아들이고, 허용된 방식으로만 생각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마기가 책을 읽고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가 사회의 통제에 대한 저항이며, 현실적으로 개인이 다수의 통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금지된 영역을 넘어서려 하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사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자유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압도적인 권력 앞에서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역설적으로 죽음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회가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살아 있을 때에 한정되며 결국 죽음은 당사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영영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이 티끌만큼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면, 그 누가 자살을 택하는 것에 대해 건방지게 훈수를 둘 수 있을까? 스스로 죽음을 택한 자들일수록 용감하고 우수하며, 어영부영 살아남은 인간이야말로 유약하고 모자른 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