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2026.10.18
자나팜정(알프라졸람) 복용 그리고 어떤 생각
4월 무렵부터 항우울제 벤도지아제핀과 자나팜정을 0.5mg씩 털어넣고 있다. 알약 따위로 하루하루 약으로 버텨내는 형편없는 일상이다.
예전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음악가 이야기를 읽었는데, 주말에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 - 일요일에는 복용을 중단하고 월요일부터 다시 약을 먹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간 수치가 염려되어 맥주를 한 잔이라도 마신 날에는 약을 먹지 않는데, 이런 식의 간헐적인 복용 때문인지 특별히 나아진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아진 게 있다면, 잡념이 많이 비워졌다는 점이다. 약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같았으면 여러 차례 곱씹었을 생각도 중요하고 굵직한 일이 아니라면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습관이 생겼다.
부작용으로는 약 먹고 휩싸이는 피로감과 몽롱한 감각 때문에 기억력과 추론 지능이 상당 부분 감퇴한 것 같다 (30대에 접어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예전에 나는 우울증, 무기력증 같은 마음의 병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라 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서부터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정신도 약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있고, 타고난 우울 성향은 애초부터 치유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정신적 고통은 자살이든 타살이든 어떻게든 죽어야 끝난다.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온갖 세파와 풍상 속에 시달리거나 상처를 애써 감춘 채 거짓된 웃음을 지으며 무력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누가 고칠 수도, 고쳐질 수도 없다.
이 우주의 부조리 그 자체처럼.. 개개인의 영역을 아득히 떠나 있는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