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2026.06.29
세상이 온통 피로감에 찌든 잿빛으로 보인다
쿨드림을 두알 쳐먹고 3시간밖에 못 자서 피로가 극에 달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숨쉬듯 으레 하는 자연스러운 수면이 왜 나에게는 그토록 어려운지는 모르는 일이다.
오전 6시에 알람 소리를 들었는데 듣자마자 마치 가위에 눌린 듯 귀에서 기계 소리가 웅웅거리며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일어나는 데 애를 먹었다. 칫솔을 쥐어드는 것, 수건을 꺼내는 것, 입을 옷을 고르는 것, 그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버거웠다.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몸이 액체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출근을 했다.
(나 자신에게 박수를....짝짝짝.)
이런 식으로 몸에 기운이 없고 의식이 흐리멍텅하면 세상 만사가 덧없게 느껴진다. 홀로 격리된 세상에서 바깥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희미하다. 하루하루 밀도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나마 내 주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의 극한 피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어디 조용한 구석이 있다면 기어 들어가 쓰러져서 영원히 잠자고 싶다.
그러니 어쩌면 내가 가진 인간혐오증도, 주변 사람들을 향한 이유모를 짜증과 분노도 다 수면 부족과 피로감, 지나친 호르몬 불균형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몽롱한 정신으로, 그 어떤 명료한 자각도 없이 시간의 흐름 따라 하루하루 소일거리나 하며, 무력하게 나이만 먹어가는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짤막한 기록을 남기고 좀 쉬다 업무를 시작하려고 한다.
일단 강인한 정신력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
기분이 아무리 좆같고 피곤해도 FM대로 해야 할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보면 기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