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2026.04.24
개를 기르는 일이란...
단테에게 나는 뭘까 그 속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녀석이 나에게 하루하루 주는 활기와 영감만큼은 너무나도 값지고 소중하다. 비록 다른 견주들처럼 강아지 모임에 참석하거나 예쁜 옷을 많이 사 입히는 건 아니라도, 매일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가급적이면 집에 혼자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산책을 미룬 적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같은 구제불능 외골수에게 있어 개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같은 인간이라 언어는 통해도 마음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관계가 주위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만날 때마다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하신다.
개를 뭣하러 기르냐고. 개 하나 정성껏 키워서 뭐 하냐고.
돈이라도 되냐고. 국가에 도움이라도 되냐고. 나중에 너한테 희망이나 미래라도 있냐고. 죽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개를 뭣하러 기르냐고?
당신의 큰아들이 데리고 와서 얼떨결에 기르게 된 거다. 당신의 사위가 데리고 와서 얼떨결에 키우게 되었다.
정말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
친할머니 보라고 쓰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희망' 이나 `미래' 는 불안정한 노후를 자식의 존재로 보상받고자 하는 암묵적인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당신들의 <먹고사니즘> 시대는 한국에서 이미 지나간지 한참이라고.
누군가가 배우자와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이유가 결국에는 사회의 보탬이나 희망 때문이었을까? 말로는 아니라고들 하겠지만, 어쩌면 인간이 후손을 두려는 이유는 단순히 생물학적 번식욕구나 종의 보존 욕구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불안정한 노후를 케어받기 위한 목적도 어느정도 한 몫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식에게 결혼을 권하고, 멀쩡히 독수동방하는 노인들을 불쌍한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볼 이유가 없겠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늙었을 때 물질적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라거나, 지역사회 혹은 국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애완견을 기르는 바보들은 없을 것이다.
아, 물론 요즘에는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입니다!" 라고들 하는데,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 이유는 순전히 애완용에 불과하다. `애완' 이라는 정의대로 옆에 두고 귀여워하면서, 개로부터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위로받는 것이다.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개를 돌보는 행위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 일부를 찾아내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살아간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자기 존재의 가치를 투영시키는 대상이 사람에서 동물로 달라졌을 뿐이다. 나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다.
개를 기르는 게 돈이 될 필요는 없고, 돈이 안 된다고 개를 기르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