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2026.05.24
부평역에 대한 인상
이번 연휴에는 부평에 다녀왔다. 특별히 볼만한 것도 할만한 일도 없었다. 순전히 이상한 스테이 라는 곳에 가기 위해 한 시간을 써서 그곳까지 간 셈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껏 놀러갈 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다녀오곤 했는데, 이런 무질서한 습관이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어쨌든 숙소는 태호가 골랐고, 난 대충 동네 구경이나 하다가 밥 먹고 닌텐도 게임이나 해볼 작정이었다.
부평역에서 내가 처음 느낀 인상은 시간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만큼 상권이 활기를 띄지도 않았고 건물이 깔끔하지도 않았다. 90년대 계획도시의 전형 같았다. 우리는 부평역사쇼핑몰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백화점의 푸드코너 같았는데, 가격이 십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미얀마 거리도 짤막하게 구경했다. 내가 미얀마(버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과거의 영국 식민지였던 동남아 국가라는 것 말고는 없어서 둥근 문자들과 말소리 그리고 슈퍼마켓에서 구경했던 식료품들 역시 꽤 낯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갔다. 인생에 달관한 표정의 중년 여성과 음흉하고 간계한 미소의 노인, 쉴새없이 떠드는 외국인 무리들,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부부. 그들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다. 젊은 부부는 아기가 울면 조금 난감해하면서 달랠 것이다. 아기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있지만 굶주린 외국인들의 동냥에는 눈길따위 주지 않을 것이다. 금품을 털어간 강도에 대해서는 침 튀기며 비난하지만, 합자 회사로부터 수 천 억을 비밀리에 빼돌려 송금하는 금융 도둑에 대해서는 헛구역으로 듣고 이런 식의 부패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혀를 내두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태호 말마따나 "마계 인천" 같은 이미지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묘하게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 사고가 끊기지 않는 도시.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며 평화롭지만 언제까지나 폭력으로 질서가 유지되는 평화, 한마디로 평화를 가장한 가짜 평화. 어느 곳을 딱 지목하여 "열악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그다지 머물고 싶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뭐, 부평역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나 이렇게 남아있을 것만 같다.
어떤 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의 이 자그마한 도시에서는 (기후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든 것이 다 함께, 열광적이면서도 무심하게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여기는 사람들이 권태에 절어 있으며 여러 가지 습관을 붙여 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일을 많이 하지만, 그건 한결같이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에서 하는 일이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장사에 관심이 있다. 그들 자신의 표현대로 우선 사업을 하는 데 골몰해 있는 것이다. - 알베르 까뮈 <페스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