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2026.07.20
2026년 7월 20일 꿈 - 친구들과 야밤에 등산 탐험
꿈에 대해 생각하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한참 전에 죽은 친구와 마주앉아 있을 수 있고,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채 솟구칠 수도 있고, 빗속 정류장에서 버려진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있다. 꿈이 근본적으로 신비로운 이유는 이런 식으로 연관성이 없는 사람과 사물이 구체적으로 매칭되기 때문이다.
어제도 과음하고 세 시간 정도 잤는데, 꽤 재밌는 꿈을 꿨다.
한마음으로 뭉친 친구들 세 명과 함께 한밤중에 등산을 계획하는 꿈이었다.
(현실에서 그런 친구들 따윈 없다)
동행인들은 남자애 두 명, 나 포함 여자애 두 명 이렇게 총 네 사람이었다. 남자애들은 누군지 생각이 안 나고, 여자애 중 한 사람은 체육관 관원 중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정상까지 등반하기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산에 숨어있는 전설의 유령(?) 같은 미지의 존재를 구경하러 간다는 점에서 등산보다 탐험에 가깝다.
우리는 잡담을 나누며 골목을 오른다. 서촌 누상동 골목길의 빌라촌이 연상되는 배경이다. 곳곳에 낡고 오래된 빌라들이 있고 가로수와 전봇대도 있다. 한밤중인데다 노란 가로등도 몇 개 없어 상당히 음산한 분위기다. 날이 어둡고 음산하며 습하기까지 하다. 당장 귀신이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멀리 작은 편의점이 보인다. 한 친구가 각자 비상 식량을 구입하자고 제안해서 그 곳으로 향한다.
좀 뜬금없지만 내 손에 바구니가 들려 있고, 나는 생수와 과자 몇 봉지를 바구니에 넣는다. 바구니 겉면은 파란색 리본으로 포장되어 있는데, 리본을 풀어헤치니 갑자기 가디건으로 변한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 파란색 가디건을 걸치기로 한다. 꿈이라 그런지 개연성이 엉망이다.
어쨌든 그렇게 각자 짐을 짊어진 채 골목을 올라 산 입구로 향하던 중, 정체불명의 아랍계 외국인 한 사람이 합류한다고 내 등 뒤로 따라온다. 나는 당황한다.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계속 치근덕댄다. 무시하고 그냥 가자고 하니 분노한 외국인이 뭐라고 쏘아 붙여서 옆에 있던 친구가 SHUT THE FUCK UP 이라는 식으로 쏘아붙인다.
한참을 걷다 드디어 산의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소름 끼치는 한기가 느껴진다. 옆에 있던 친구가 뒷걸음질을 친다. 나 역시 불길하다는 느낌에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본다.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이 산 속에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있음이 틀림없고 그것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겁을 먹은 상황이다.
나는 깡따구를 발휘하고 불길함을 억누르고 앞장서서 먼저 진입하기로 한다.
꿈속에서도 어차피 내 목숨은 쓸모없고 가치없으니 먼저 총알받이가 되자는 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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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눈이 떠져서 깨어나고 말았다. 중요한 순간에 깨어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잠이 안 와서 몸을 일으켰다. 속이 아프고 머리도 박살날 듯 지끈거린다.
곧 출근해야 하는데, 꽤나 흥미진진한 느낌이 잔류해 있어서 기록해봤다.
내 무의식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경외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