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2026.05.29
침묵의 미학
오늘 직장 동료랑 몇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대화를 했다기보다는 내가 따발총처럼 떠들어댄 것에 가깝다. 집에서는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직장에서도 과묵하게 지내다가 막상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기회가 생기니 흠뻑 빠져들고 만 것이다. 열성적으로 떠들다 대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는 약간의 공허함을 느꼈다. 뜨거움이 차가움에 의해 식는 것처럼 말이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한편으로는 꾸밈없는 생각을 이해해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으니 얼마나 목말랐을까 싶어 나 자신에게 약간의 연민도 느꼈다.
인연이 지속되지 않을 사람들과의 대화에 진지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내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할 만큼 아량이 깊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면서 흘겨듣거나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취사 선별해서 듣고 또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빠져들기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