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2026.07.13
2026년 07월 13일 - 어젯밤 꿨던 조각난 꿈들
새벽 2시쯤 알약을 털어넣고 선잠을 잤다. 수면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조각난 꿈들을 많이 꿨다. 그저 개꿈에 지나지 않는 꿈들이다.
1)
꿈속에서 나는 학생이고, 음악 수행평가 시간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할 줄 아는 악기라고는 바이올린 뿐이라 주섬주섬 챙겨서 교실에 도착한다. 선생님이 Caprice No. 1 이라는 곡을 연주할 것을 주문한다. 활을 튀기듯 연주하는 고난도 비르투오소 작품이다. 쌰갈 ㅎㅎ
옆자리에 앉은 여자애는 클래식 곡을 받은 모양이다. 무슨 음악인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애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에서는 구슬픈 선율이 흘러 나온다. 나도 처음에는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오른손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마치 귀신이 비명을 지르듯 끼익끼익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문득 내 앞에 거울을 보니 인상을 찌푸린 못생긴 애가 보인다. 내 모습이다. 줘 패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거울을 부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괜히 화가 나고 위축된 마음으로 악기를 턱에 괴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무슨 노트 같은 걸 보더니 나에 대해 "잠재성이 뛰어난(?) 학생 이라는 식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음에 감정을 싣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감정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고 오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말이다.
2)
위 꿈의 연장선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바이올린이 아닌 플룻을 불기로 한다. 서랍에 쳐박혀 있던 낡고 녹슨 플룻을 꺼내서 또 같은 장소로 향한다. 오랜만에 조립해서 휘휘 불어보는데, 나름대로 소리가 부드럽게 잘 울려 흡족함을 느낀다.
그러다 어떤 친구가 "그 플룻은 어디서 났냐"고 말을 건다. 나는 한 집사님께 플룻을 선물 받았고, 비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싸구려였다며 낄낄거린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 때 이X천 집사님께 플룻을 선물 받았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꿈속에서는 저런 식으로 못돼 쳐먹은 식으로 생각했다는 게 흥미롭다)
3)
우리집은 경사진 골목에 위치한 한 빌라 1층이다. 출입구가 양쪽으로 두 개 나있는 구조다 (예전에 놀러갔던 대학 동기의 자취방이 오버랩된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놀러와 노트북으로 연설문을 준비하는 중이고, 나는 그것을 도와주는 척 그 연설문 내용을 몰래 찍고 있다.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는 녹화 기능이 탑재된 (?) 소형 몰래 카메라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다.
4)
남자친구의 코와 미간 사이에 검은색 털이 나 있다. 나는 이 친구의 코가 왜 갑자기 시커멓게 변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너 코가 왜 그렇게 변했냐"고 물어보니 그는 "나 원래 이랬어"라고 무심하게 답한다. 속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며, 진짜 이 사람이 내가 아는 남자친구가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5)
위 꿈의 연장선
남자친구와 함께 복잡한 골목에서 길을 잃은 모양이다. 그러다 한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데, 빌라 안에 출입구가 여러 개 보인다. 나는 위쪽으로 올라가고 상대는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건물 안에서 계단을 올랐는데 어느덧 바깥으로 나와 있었으며, 바깥에는 마치 미로처럼 또 다른 골목이 펼쳐져 있다. 골목을 둘러싼 건물들은 죄다 낡아서 바람이라도 불면 무너져 내릴 듯하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6)
그러다 어떤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친다. 덩치가 크고 짧은 머리에 큰 눈을 가진 인상이다. 그는 나를 마주치자마자 짧게 목례(?) 같은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경호원이라도 된 냥 내 뒤를 조용히 따라 걷는다. 이성으로서의 함의는 전혀 없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무조건적인 보호와 지지를 받는다랄까? 내가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해도,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고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 같았다. 현실에서는 느끼기 힘든, 아니 한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우정이다.
꿈에서 깨어나 기록을 남기는 이 순간에도 여전히 그 장면으로부터 받은 온기가 남아 있는데,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하면 실제로 느끼는 대인 관계에서 느끼고 있는 결핍과 죄책감을 꿈속에서라도 대리만족하려는 일종의 보상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7)
갑자기 장면이 전환됨
집에서 단테와 함께 있다.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중인데, 던진 공이 천장까지 솟아오르고 하필 재수없게도 가스불 위로 떨어져서 불이 붙고 만다. 불 붙은 공이 탱탱볼처럼 수차례 튕기면서 온 집안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한다.
나는 당황하고, 단테놈은 불 붙은 공을 쫒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집안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고만다. 나는 일단 단테를 안고 튀어야 한다는 생각에 단테를 잡으려고 하는데 녀석이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나를 피해다닌다. 그와중에 불은 계속 번지고 있다.
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