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2026.10.13
76학번 영어토론 동아리 선배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퇴근하기 직전 갑자기 대표님이 다급하게 부르셨다. 웬 어르신 두 분이 일어나서 내게 악수를 청했고, "이 친구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친군데, 아주 영민해. 이 친구도 이화여고 출신이야"라고 날 소개하는 대표님의 말에도 자랑스러움이 묻어나 있었다. 난 영문도 모른 채 노인의 악수를 받아 인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딱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등학생 때 활동하던 영어토론 동아리 선배였다. 그것도 70년대 학번의 대 선배였다. 우리 동아리가 그 시절에는 AUDIN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있다가 두 개로 분리되어 나온 동아리다. YWCA에서 활동했던 것도 벌써 14-15년 전이라, 시간이 이토록 흘렀다는 사실에도 새삼 놀랐다.
대뜸 "아까 인사하는 거 보고, 너무 예뻐서 한 번 더 보고 싶었어요" 라는 말도 들었다.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나는 객관적으로 예쁘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쑥쓰럽기도 하다.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도 후배라는 이유로 친밀감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의 세계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대 같으면,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후배라는 이유로 웃으며 악수하고 대화하는 장면은 쉽게 상상이 안 가기 때문에.